플라이 캐스트란

낚시꾼이 원하는 대로 뭔가를 던지는 것이 아니고

고기가 원하는 대로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

플라이 낚시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캐스트 연습을 다시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엔 그저 흉내 내어 적당히 던지고 고기만 잡으면 되었으나

뭔가 허전해서 이론을 공부하고, 좀 색다르고 어려운 캐스트 연습을 하고,

다양한 캐스터와 로드를 알아 보고, 그 동안 쌓은 걸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고.....

그러나 여전히 뭔가 모자람을 알게 되었다.

루프를 아름답게, 거리를 멀리, 라인과 훅의 정확한 착지, 난해한 상황의 극복 등의

몸으로 익히는 캐스트의 연습은 해보았으나 그 이상의 것은 오히려

초보 때 갖는 캐스트 자체가 아름답다라는 감상을 넘지 못했다.

물론 몸으로 익히는 캐스트 역시 아직 무척이나 어리숙하지만,

한 쪽으로만 치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들게 된 때는 처음으로 캐스트의 느낌을 갖게 되었을 때 쯤인 것 같다.

누구는 플라이 캐스트를 라인 끝에 실어 보내는 낚시꾼의 自由意志라고 했던가?

내 마음대로 되고자 하는 노력이었을 뿐이지 늘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저 실어 보낼 뿐이었다.

캐스트 연습을 맹렬히 할 때는 내 리듬에 로드와 라인을 맞추려 했었다.

변치 않는 리듬을 정해 두고 잊지 않도록 노력했었지만,

실제 낚시의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변하는 로드 그리고 변하는 라인 길이.....

일부러 한동안 각각의 특성이 다른 로드를 여러 종류로 바꿔 들어 보았다.

매번 다른 로드를 들고 물가에 나서자

상황은 조금 더 명확해졌다.

캐스트의 실제는 로드가 아닌 라인과 훅을 컨트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라인과 훅은 컨트롤 하는 것이 아니고,

엄밀히 말하자면 라인과 훅은 캐스트를 해내는 캐스터(caster)와 로드 그리고 환경에 의해 반응해 오고,

다시 캐스터는 그 결과에 대해 다시 순간 순간 유연히 반응해 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득도를 위한 수행자의 일상과 유사하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듯....

돌려 말하자면 캐스트에 대한 올바른 법(正法)이란 없고

캐스트란 그저 흐르는 물처럼 상황에 반응해 나가는 것이다.

낚시꾼이 말을 걸면 라인은 대답하고 다시 낚시꾼이 답을 이어가는.....

그리고 그 라인 끝의 바늘에 고기가 대답하고 다시 낚시꾼이 답을 이어가는.....

그러기 위해서 캐스터는 로드와 라인과 바늘과 함께 어울림을 이뤄야 한다.

캐스터는 명령과 강제가 아닌 로드의 성격과 라인과 바늘의 성격을 알고

답해오는 대답을 이해하고 어울리게 답해 줘야 한다.

그러면 역시 라인과 바늘은 다시 적당한 답을 돌려 줄 것이다.

물론 캐스트를 접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엄격한 자세와 특별한 연습 등의

여러 가지 방법들이 동원 되는 것이겠지만,

강을 건너면 다리를 부수듯,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틀을 벗어나야 될 것 같다.

잘하는 캐스트나 좋은 캐스트란 무엇일까?

그러한 캐스트의 끝은 어디도 없다.

다만 멋진 캐스트는 가끔 있다.

순간 순간 변하는 캐스트 한 판, 한 판 속에 캐스트에 참여하는

캐스터와 로드, 라인, 바늘 그리고 환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바로 그 순간이 멋진 캐스트인 것이다.

그 어울림의 순간, 캐스터는 느끼고 무한히 기뻐한다.

가끔은 고기의 대답마저 잊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