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 무슨 배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배우는 플라이 낚시는 제법 배짱 좋아 보인다.

뭐 가끔은 친환경적인 미끼와 채비에 자연보호주의인양 하는 겉 모습으로

남 보기에 배짱 좋아 보이는 오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실제 속 내용은 조금 다르다.

많은 플라이 낚시꾼들은 플라이 낚시에 빠지게 되면

어디로 출조를 가나 플라이 낚시대를 들고 나선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낚시를 배워온 탓에 나처럼 가리지 않고 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플라이 낚시꾼은 장소와 어종, 상황을 불문하고

플라이 낚시로 덤벼본다.

도전에 도전을 더해서 겨우 한 마리를 얻을 수 있다거나, 어쩌면 아예 얻지 못하는 수도 있고,

그 도전의 길이 험하고 멀다고 해도 꿋꿋이 걷는다.

물론 다른 형태의 낚시에도 그러한 면들은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느 정도 미리 핸디캡을 걸어 놓은 채 시작하는 플라이 낚시가 조금은 더 꿋꿋해 보인다.

쉽게 낚이지 않음을 알고도 배짱 좋게 플라이 낚시대만 하나 달랑 들고

출조를 나서는 낚시꾼의 모습은

눈부신 보름달의 밝음을 떠나 가는 달관한 구름의 뒷모습과 닿아 있다.

처연한 낙화의 옥수(玉手)를 뿌리치며 흘러 가는 물의 만사무정함과 닿아 있다.

낚임과 낚이지 않음을 잊고 낚시를 떠남이야 말로

진정한 낚시의 배짱이 아닌가?

세상의 낚시는 결국 욕심의 행위이고,

그 욕심을 잊어 낚시 자체로 만사여일(萬事如一)을 뚫을 수 있는 요체가 바로

그 배짱일 것 같다.

낚음을 잊으면 고기를 잊게 되고,

고기를 잊으면 낚시의 본질을 잃게 된다.

본질을 잃은 낚시꾼이 어찌 자신의 본질을 우길 수 있으랴.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심 속에

스스로를 버려서 창공에 흩어져 버리든지

또 다른 각자의 진리를 이끌어 내어

풍 덩 빠질 수 있겠다.

빠진 후에는 나와도 좋고 안 나와도 좋다.

어디 배짱 있는 낚시꾼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