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보다는 영역 얘기가 될 것 같다.

플라이 낚시의 한계는 이미 많이 겪어 봤고, 조금씩 넘어 보려고 하고 있으니......

그리고 한계라는 건 좀 말이 안 된다.

배스 낚시꾼이 산천어를 못 잡으면 한계가 되고,

플라이 낚시꾼이 붕어를 못 잡으면 한계가 되나?

각 장비는 대상 어종과 낚시 상황에 따라 맞도록 특성화 되어 있을 뿐이다.

낚시 장르에게는 한계가 없다.

낚시꾼에게 한계가 있을 뿐이다.

최근 서구의 낚시방법이 많이 들어 오면서 각 장르별 낚시꾼들끼리 소음이 많다.

물론 한국이라는 상황에서도 오래전부터 바다와 민물, 대낚시와 릴낚시 등

서로 자기가 주로 하는 게 재밌고 좋은 낚시라며 자랑하고 흉보는 일이 간혹 있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으니까..... -_-;

요즘은 루어낚시, 플라이낚시 등이 한데 섞여 좀 심해진 듯 하다.

그냥 각자 조용히 낚시하면 될 것을 서로 뒤섞여 낚시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저수지에서 붕어잡아 보겠다고, 바다에서 우럭 잡아보겠다고,

플라이를 던져 보는 황당한 인간들이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게다가 혹시 전통 방식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딴 짓을 하게 되면 양쪽에서 지탄을 받게

되어 있다. 간혹 대낚시에 웜을 끼워 흘려서 배스를 잡는 경우를 봤는데,

대낚꾼들한테 욕먹고, 루어꾼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었다.

플라이 낚시 쪽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미국 내에서도

관광상품을 위해, 초보자를 위해, 고기가 늘 있는 포인트에 캐스팅도 없이 단지

잘 듣는 님프(수중곤충 닮은 바늘)을 담그기만 하면 물게 하는 경우나,

바다에서 대형어종을 위해 캐스팅도 하기 어려운 대형 플라이 낚시대를 물에 담그고

트롤링으로 사람만한 대형고기를 잡아 내는 것에 대해서

플라이 낚시냐? 아니냐? 로 지금까지도 논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플라이 훅에도 플라스틱 소재나 프로펠러 등을 달아 루어의 흉내를 낸 미노우 계통 등이

플라이 낚시냐? 루어 낚시냐? 로 국가별로 여전히 싸우고 있단다.

자기 나름대로 고기를 잡으면 욕을 먹다니...... 낚시에 법이 있을까? 아차 있구나.

밧데리, 투망, 촉고 등의 고기를 대량으로 가리지 않고 잡아내는 경우에는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경우가 아니라면 어떨까?

예로부터 배움에도 예절과 법도가 있으니 낚시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배움 그 자체를 혹은 그 대상을 존중하고 아끼기 위해 나름대로의 최고의 예절을 다한다.

하지만 정통적인 예절과 법도를 따르지 않더라도

고기에게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다면 어떨까?

그 때도 전통이나 낚시의 방법 등의 문제로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뭔가를 고집하고 집착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내가 그러니까..... 하하....

하지만 서양인들이 느끼는 알 수 없는 동양의 신비감처럼, 어려워 보이고 뭔가 철학적인 것이

담겨 있는 듯하면 그 낚시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높혀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나름대로의 낚시에 대한 생각으로 一家를 이룬 많은 고수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혹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경계의 마음을 가져본다.

아마 고수들은 남의 낚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공부에도 모자란

시간에 남의 공부 간섭하고 있을까?

더구나 웃기는 건 잡혀 주는 고기는 아무 말 없는데 사람들끼리 웬 난리?

고기의 눈에는 이 우주에 인간의 욕심 밖에 모르는 얼마나 안하무인의 짓거리로 보일까?

어차피 낚시의 채비나 방법도 인간이 만든 것이며, 오랜 시간 끝에 인간의 효율과 재미를 위해

다듬어 진 것 일뿐이다. 혹시 맨 처음엔 그들도 나처럼 헤메지 않았을까?

어떠한 규정이나 제도 관습도 자신만의 세상에선 자신의 척도로 재어진다.

그렇다면 나만의 자를 늘리도록 노력해야 겠다.

얽매이지 말자.

고기를 낚으러 간 나와 고기 사이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아직 내게는 "낚다" 는 있나?

아직 모든 것에 얽매여 있는 나지만

나는 낚시에 대해서는 자유롭고 싶다.

평상을 벗어난 일탈의 마음이 아니라

낚시 바늘에 한번도 꿰여 보지 않은 고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