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번쩍이는 낚시대를 들고,

목을 뻣뻣히 굳힌 채 캐스트를 한다.

아마도 그렇게 낚인 고기도 힘이 꽈악 들었으렸다....?

수많은 딴 낚시와 다르게 플라이 낚시꾼은 어쩐지 힘이 들어가기 쉬운 것 같다.

캐스팅이니 복장이니 겉보기에도 젊잖은 체 보이는 외견 탓도 있겠지만,

자연보호에다가 캐치엔 릴리즈를 비롯한 앞서 뵈는 이론하며,

물 맑고 경치 좋은 풍광 수려한 곳만 골라서 낚시를 가야 하는(?) 데다가,

게다가 딴 낚시보다 돈 바르기도 쉽다....-_-;

체면과 비교가 생활화된 우리네 현실에서는

이보다 남에게 보이기 적당한 낚시가 어딨나?

자연보호와 캐치엔 릴리즈와 같은 적당히 얽혀 있는 묵시적 제약 덕분에

숫제 내가 내 낚시를 하는 게 아니고, 남에게 보여 주는 낚시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은근히 그걸 즐기는 낚시꾼도 없지 않다.

한 때는 나도 그랬지 않았나? ...-_-;

그러다가 남이 봐주지 않으면 힘은 빠지진 않으면서

오히려 기운이 빠진다.

당연히 내 낚시가 아닌 남의 낚시였던 낚시는 시시해진다.

내 생각을 갖지 못하면 온전한 나의 삶을 살 수 없듯이

내 낚시를 갖지 못하면 낚시꾼의 타이틀을 쥐고 있기는 이미 우습다.

남의 낚시에 물어주는 고기는 또 뭐람, 오지랖 넓기도 하지...-_-;

아니면 그런 낚시꾼이 우스운 힘 뺀 고기이거나....

생활에서도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면

어디 나도 몰래 힘을 주고 있는 데가 없는지 살펴 봐야겠다.

아마도 모든 스포츠의 끝에서도 플래토(plateau)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정답은 힘을 빼라 아니었나?

일단 힘을 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