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그래 봐야 낚시꾼


 

밥 벌어 먹고 사는 사회에서 무슨 지위를 갖고 있던,

자존심 뜯어 먹고 사는 각종 단체에서 무슨 직책을 갖고 있던,

숫자로 셈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 모두 합해서

자기 꺼라고 착각하는 것들을 얼마나 갖고 있던,

낚시꾼은 그래 봐야 낚시꾼이다.

 

많은 낚시꾼들은 각자 스스로가 잘난 줄 안다.

뭐, 나도 마찬가지다....-_-;

게다가 나름대로 갖고 있는 사회적 지위나 타이틀 혹은 재산, 나이 등

못난 몸뚱아리를 뭔가로 덮을 수 있을 만한 건 모조리 다 동원해서 덮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이용해서 좀더 경향이 심해진다.

 

"내가 이래 봐도 밖에선 뭔데, 안에선 뭔데, 가진 게 얼만데, 나이가 얼만데, 경력이 얼만데...."

손에는 낚시대를 쥐고 피 비린내 나는 고기를 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발은 자신만의 고귀한 세상에 빠져 있다.

 

지나가다 한번 낚시대를 들어 보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일단 고기 잡거나 낚는 낚시꾼의 무리에 속한다고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는, 낚시를 하는 순간 동안은 오로지 낚시꾼일 뿐이다.

고기 욕심 내지 않으며, 고기 괴롭히지 않고, 낚시하는 낚시꾼을 보았나?

비단 옷을 걸치고, 좋은 향수로 치장해도 고기 비린내와 물 냄새를 가시지 못하는

결국, 낚시꾼의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혹은 상대자인 고기가 보기엔 꽤나 고상하지 못한 취미임엔 틀림없다.

기독교의 원죄와 같은 의미까지 불러들이는 것은 아니지마는

놓아주던 잡아먹는 낚시꾼이든 현생에서 희생해주는 고기에 대한

최소한의 경건과 경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낚시로 밥 벌어 먹는 어부의 경우는 별개다.

그 때부터는 당연히 신성한 직업의 범주로 옮겨가며,

가치관과 이어지는 직업관의 문제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낚시꾼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갖는 자만스러운 자존심과 동시에

냄새도 좀 나고, 맘 한구석으로 좀 찝찝한 일종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좋은 일도 하고, 고기 아끼는 척도 하고, 낚시를 뒤집어서 좀 높아 보이는 곳으로 올려 놓는 척해도

그래 봐야 결국 낚시꾼은 낚시꾼을 벗어 나지 못한다.

 

그런 낚시꾼들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역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이 있을 뿐, 절대지선의 최선은 없다.

 

닥치고 자기낚시 내 낚시나 열심히 하면서,

그저 나 이외의 존재들에 대해서

조금은 부끄러운 줄 알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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