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플라이 낚시꾼이 될 때는 솔직히 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 탓에 온더가 아닌 언더 플라이꾼이 좀 더 맘에 들었고,

계속해서 언더로 남고 싶다.

언더 그라운드 플라이 낚시꾼이란 별건 아니고,

특별한 단체 소속되거나,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는 평범하면서도

게으른 낚시꾼의 전형이다. 물론 부지런한 언더 낚시꾼도 많다.....^^;

꽤나 많은 초보 낚시꾼들의 플라이 낚시 시작 모습이기도 하고,

숨어 지내는 많은 고수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언더는 그렇게 양분 되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여러모로 초보지만, 진짜 새로 시작하는 분들이 주는 눈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초보 딱지를 겨우 뗄려고 하는 수준이다....-_-;

그러다 보니 보편적인 언더들의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고,

이미 언더를 벗어난 많은 낚시인들이 고민했던 단계에 서 있다.

언더로 남을 것인가? 온더로 올라 갈 것인가?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온더로 올라가기는 싫다.

싫은 점도 있지만, 주류에 반하는 반골의 기본 특성이기도 한 게으름 탓에

꿈틀이며 땅위로 기어 오르는 것 자체가 귀찮다.

세상은 오래 전부터 주류의 차지다.

이미 주류들이 굳혀 놓은 꽤 딱딱한 껍데기로 덮여 있다.

나 역시 밥 먹고 사는 세상에는 주류의 틈에 끼고자 버둥댄다.

하지만, 타고난 반골은 어디선가 터져 나오고 싶다.

비록 그것이 취미라는 작은 세상이긴 하지만......

비주류 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주류의 엄정한 시스템을 놀이터 삼는 것이다.

시스템을 무시하는 비주류를 이성으로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난 내가 언더로 남으며 필요한 것을 되새겨 보았다.

먼저 정말 언더라고 하면 이런 웹 페이지는 언더에겐 다소 눈 부시다.

가끔은 너무 많은 빛이 들어 오는 창이다. 하지만 꾸준히 한 쪽 창을 열어 두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세를 알고 싶어 온더를 기웃거리기는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웹상에 올라와서 시세를 주도하려고 하는 것은 언더의 본 모습은 아니다.

비록 주류에 반항하기 까지는 못하더라도

소수 비주류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 주어야 한다.

물론 주류가 듣던 안 듣던 그건 주류 맘이다.

비주류의 존재 의미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소리가 큰 언더는 이미 언더가 아니다.

많은 언더는 저 홀로 맑음을 유지한다.

한 명의 맑음이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독야청청만이 언더의 살 길은 아니다.

주류의 맑음은 필수일지 모르지만, 언더에게는 선택의 문제다

진정한 책임지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언더의 맑음은 참 해맑다....^^;

언더는 온더에 항상 반(反)해야 한다.

주류가 옳다고 하더라도 언더는 뒤집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언더만이 가지는 자유로움 때문에 세상은 어느 정도 넓어진다.

언더는 반(反)할 뿐 아니라 앞뒤좌우를 다시 끼워 맞출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에 끼여 있는 주류와 달리 언더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언더는 언더 나름대로의 주관이 있어야 한다.

언더가 주류에 반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반(反)이지 옳고 그름에 대한 단순한 역(逆)은 아니다.

언더다운 색(色)다름이나 독(獨)특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함이 없는 언더는 단순히 게으름일 뿐

늘 짠한 맛이 묻어나는 언더 다운 언더는 아니다.

물론 주관의 주제와 소재는 언더의 자유로움 속에 놓여 있다.

그것은 사상이어도 좋고, 이론이어도 좋고, 경험이어도 좋다.

그리고 언더는 외로움에 익숙해야 한다.

언더가 뭉치기 시작하면 바로 망가지기 시작한다.

쿠데타 또는 혁명이란 외로움에 지친 언더들 때문에 시작된다.

언더는 외롭고 쓸쓸해야 그 깊이가 깊어진다.

대승의 진리도 있지만, 소승의 진리 또한 인간세에 필요하다.

다만 언더들 끼리의 우정은 봐줄만 하다....^^;

언더 낚시꾼으로 남는 다는 것 역시, 꽤나 사족(蛇足)이 많아 보인다.

앗, 사족들 때문에 도루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난 도대체 under 인지, bottom 인지.....

오래 전 누군가가 내게 들려준 말처럼

나는 오늘도 어둡고 편안한 언더의 안락의자에 혼자 기대고 앉아서

긴 혓바닥을 날름 거리며

적당히 맛나는 온더를 맛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속 찔리긴 하지만

알고 보면 나름대로 힘든 언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