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란 인간이 갖는 유일한 자유로운 세계다.

어지러운 세상사에도 잠시 상념에 잠길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자유로움이 아닐까?

솔직히 나는 남들이 명상이라고 이름 붙이는 모습의

자리 깔고 분위기 잡고 하는 명상은 좀 어색하다.....

출퇴근 전철간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들여다 보는 순간이라든지,

사무실에 앉아 잠시 아무것도 없는 오른쪽 벽을 돌아 보는 순간이라든지,

생활의 찰나 찰나가 명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명상의 내용은 묵상(默想)이라기 보다는 상념(想念)에 가깝다.

그 내용은 잠시 동안의 엉뚱한 상상도 될 수 있고,

그 순간 마주친 현실에 대한 감상을 뒤적여 보는 것도 될 수 있고,

또 하나의 이치를 깨닫고 다른 것들에 다시 대입해 보는 것도 될 수 있고,

다시 돌아본 나에 대한 자성(自省)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명상의 이점은

생각을 넓혀, 자신을 넓히는 것 자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마지막에 꺼집어 낸 것처럼 자성의 부분이다.

내가 그리 잘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내면의 행복에 한 걸음 다가 가거나,

인간 외의 것까지 모두 포함한 이타(利他)의 눈을 갖기도 하고,

자신 존재를 세계 속에 파묻어 버림으로서

진정한 자유의 경지로 접어 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그러한 명상의 순간을 보다 더 쉽게 맞을 수 있는 때가 바로 낚시의 순간이 아닐까?

낚시의 순간에는 처음엔 고기를 바라보다가,

명상의 단계와 유사해지는 그 절정의 순간엔

고기가 뭄으로 해서 양극의 세계를 나누는 소실점인 입질 또는 스트라익을 향해 달려간다.

생과 사 혹은 존재와 소멸을 양분하는 블랙홀의 입구를 거니는 듯한 그 순간....

그 순간이 바로 명상의 상태인 것이다.

낚시 중에 나는 가끔 그 순간을 느낀다.

고기 뿐만 아니라 나 마져 사라지는 무(無)의 시공(時空).....

바로 그 순간에 가끔씩 낚시를 잊고 자신의 화두 속으로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은 고기 날 깨우기도 하겠지만,

찰나의 명상을 즐기는 나에겐

그 틈이란 꽤 길어 보인다.

물론 그것도 고기 욕심부터 버려야 하겠지.

꽤나 질긴 녀석이지.....

낚시가 가져다 주는 명상이란

뜨뜻 미지근해 보이기도 하지만,

칼날 위를 걷는, 제법 서늘한 맛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