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닳은 낚시줄....



닳은 낚시줄.....


연말이 되었다.

오랜 만에 펼쳐 본 낚시줄은

꽤 닳았군....


게으른 주인 잘 못 만난 탓에

제대로 한번 닦지 않은 낚시줄은 흙에 모래에 밟혀서 얼룩얼룩 검은 때가 끼고,

군데군데 자잘한 금이 가서 표면도 거칠다.

심하게 상한 곳은 가끔씩 캐스팅 중에 티펫이 끼기도 한다. 

곧 끊어 질 듯 보이는 곳도 좀 있고.....

그다지 맑지 못한 물에 낚시를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시멘트 바닥에서 캐스트 연습 한답시고 가끔씩 비벼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라인을 구입한지는 대략 2년 정도.....

자주 쓴 거에 비하면 제법 오래 되었군.

남들이라면 벌써 바꿨겠지만, 악조건으로 좀 버텨 본다구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나 보다. 

구입 당시에는 아예 맘 먹고 캐스트 연습을 하자고

비용을 좀 더 들여서 32M 라인을 구했다.

여전히 32M 라인을 다 쓰진 못하지만 덕분에 좀 늘었던 것 같다.


그동안 몇 번의 라인을 바꾸었지만,

이번 라인 만큼은 좀 더 애착이 간다.

낚시공부를 제대로 해보기로 하면서 함께 해온 라인이기 때문이다.

온갖 연습을 몸으로 다 받았고, 온갖 새로운 훅을 다 물려 봤으며,

6번 라인 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다양한 곳을 함께 다녔다.

찬물과 더운물, 맑은 물과 오폐수, 민물과 짠물....

그리고 갖가지 고기와도 다 만나 봤겠지.


내 낚시의 대부분은 아마 이 낚시줄이 했던 건 아닌가?

바늘에 별 신경 쓰지 않는 요즘의 내 낚시에서는 대부분 낚시줄에 의해서 결정된 것 같다.

까탈스런 내 요구를 그동안 낚시줄은 잘 받아 주기도 하고, 튕기기도 했다.

때론 좌절도 맛 보고, 기쁨도 맛 보고....


제 한 몸을 닳고 닳아 느슨하게 퍼져 버린 낚시줄을 앞에 두고 보자니

그 동안의 세월동안 내 낚시는 어떠했는지....

그저 낚고 낚이는 재미에 빠져 아무 생각 없진 않았는지,

낚시줄이 따라 준 걸 그저 내 실력이라고 믿고 까불진 않았는지,

쓸 때만 들여다 보고, 안 쓸 땐 여지없이 한 쪽 구석에 처박아 두진 않았는지,

낚시꾼은 따땃하고 온전한 뭍에 서서 낚시줄만 물에 처박아 낚시질 시킨 건 아닌지,


아마 내 생활에도 낚시줄 노릇 하는 것들이 꽤나 있으렸다.....


낚시로 나를 닦는 척 한다니

낚시줄이 닳은 만큼

내 낚시와 마음은 반들반들 잘 닦였는지 

한번 더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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