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Savior 를 기다리며....


 

내 취미 중에 또 하나가 영화를 즐기는 거다.

아직 즐기는 수준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신간 DVD 소식을 훑다 보니 드디어 Savior 가 2월에 출시된다고 한다.

Savior.....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

Savior 라는 영화가 극장에 개봉되기 전에 TV 에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예고편을 보여 줬었다.

그 때의 충격이란 한 동안 머리가 멍해지는 정도였다.

흔한 전쟁 영화인데다가 휴머니즘과 반전이라는 이제는 더 흔해진 베이스를 깔고 있지만,

보여지는 화면 속의 내용은 그래도 보는 이에게 충격이었다.

간단한 줄거리는 보스니아 내전 동안에 어떤 용병이 겪었던 실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캄보디아 내전이라든지, 아프리카 내전과 같이

누런 사람들이나 검은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모습만 보다가

백인 혹은 백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망가지는 모습(죽는 사람이나 죽이는 사람 모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더 큰 부분은 이 영화의 배경이 내전인 만큼 

총을 든 군인들보다 민간인들 그리고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겪게 되는 아주 요약된 모습의 악몽들 때문이었다.

 

그래, 그건 그냥 악몽이라고 부르고 싶다.

절대 현실화 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

화면 속의 악몽들을 보는 동안에 나는 머리가 터지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내용의 잔인성 때문 만은 아니다. 

나 역시 그 상황에서 가해자의 위치였다면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똑같은 모습일 수 있고,

그러한 압박의 상황을 강제적으로 훈련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세상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고,

그게 현실이라는 점이 더욱 화가 났었다.

 

흘러가는 영화 전체 줄거리와 상관없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짜증이 났었다.

영화 보면서 짜증이 났지만 계속 다시 보게 되는 영화들이 몇몇 있었는데,

Savior 외에 또 하나가 북경자전거 였다.

현실 속에 구르고 찢어지는 나약한 주인공.....

물론 '그러나 나는 산다' 라는 그럴듯한 결론을 보여주긴 하지만,

마치 내가 주인공인 마냥 영화를 보는 내내 짜증이 났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은 살기가 싫거나 재미가 없을 때 보면 아주 적절한 효과를 보여 준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또 한번 대입해 보는 일은

역시 이번에도 고기들이다.

현실 속에 구르는 주인공인 인간이나,

잔인한 악몽 속에서 피해자의 모습을 한 인간들 대신

고기를 대입해 보면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낚시 속에서의 고기들....

 

그래도 고기는 산다라는 꽤 봐줄만한 결과와 함께, 

그냥 그렇게 당하기 너무하고 무언가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윤회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아주 미더워진다.

그냥 그렇게 살고 죽는 고기들과 인간들은 무슨 연유일까?

그저 그렇게 사는 것 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내가 포함된 인간이 겪는 가까운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붉은 피가 나지 않고, 조금 더 천천히 죽는 다거나 하는 정도일 뿐이다.

 

삶이 낭비가 아니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아주 어릴 때의 고민이 떠오른다.

고기의 삶 또한 낭비가 아니기 위한 만큼,

사람 역시 낭비가 아니도록 노력해야 겠지.

 

어쩌면 그저 그렇게 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 답은 다시 Savior 를 보며 되씹어 봐야 겠다.

 

Pre-order 한 Savior 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어쩌면 고기도 Savior 를 기다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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