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한 장의 인연


 

로또 뭐시기라는 복권 때문에 전국이 열풍이다.

1등 당첨금이 몇 백 억원에 달한다나?

온 국민이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고, 인생역전을 꿈꾼다.

 

나도 뭐, 소소하게 대강 밥먹고 사는 봉급쟁이로서 가끔은 그러한 것들을 꿈꾼다.

어쩌다 한 번씩 복권을 사기도 한다. 그리고 1주일을 꿈꾼다.

당첨이 되면 뭐뭐를 사고, 뭐뭐를 해야지.....

그저 꿈꾸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니까.

 

겨우 밥 먹고는 사니까 복권 당첨이 그렇게 간절한 입장은 아니다마는...정말?... -_-;

예전에 한번 복권을 사놓고 드는 실제 생각은 이랬다.

혹시 내가 예전에 아주 부자로 살아봐서 그것의 단맛 쓴맛을 이미 겪어 보았다면,

다시 내가 그런 경험이 필요치 않을 것이고, 혹시 당첨 된다면

아마도 내가 자라는데 그러한 경험이 모자라서 이번 생에서 겪나 보다....

복권 역시 아주 길고 긴 나의 여정 속에 한 가지 인연으로 생각해 보았다.

 

다시 돌아 가서, 

복권이 가진 모든 나쁜 점을 차제하고, 확률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유일한 점을 꼽으라면,

바로 구입하는 이에게 꿈을 준다는 점일 것이다.

비록 아주 짧고 헛된 꿈일지라도.....

꿈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당신은 아닌가?

 

낚시꾼 역시 늘 꿈을 꾼다.

기차표 한 장, 휴가 하루를 얻어 놓고 1주일을 꿈꾼다.

멋진 낚시터에서의 멋진 고기와의 멋진 낚시 한 판.....

정말 낚시광이라면 아마 인생을 걸고서라도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낚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언젠가 자신이 겪었던 한 번의 낚시가

바로 꿈결 같은 낚시였음을 깨닫게 되겠지.

 

사실 낚시의 한 판 한 판이 바로 복권 당첨과 마찬가지다.

수 백 억의 복권이 당첨되지 않아도 낚시꾼은 내일 또 낚시를 갈 수 있는 일이지만,

낚시의 당첨금은 고기의 생명이다.

단순히 돈으로 비길 수 없는 만물 중의 한 생명이 낚시 당첨자의 수중에 들어 오는 것이다.

각자의 주머니 속을 돌고 도는 돈이 아니라, 

낚시꾼의 결정에 따라 영원히 끊겨 버릴 수도 있고, 

다시 영속의 물 속을 헤엄쳐 다닐 수도 있는 생명을 얻는 복권이다.

낚이고 안 낚이며, 어떤 녀석이 물어 올지는 아마도 수억의 인연 중에 하나이며,

복권의 당첨확률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복권과 달리 낚시에서의 물고 안 무는 것은

고기 맘 아닌가?

 

그 고기는 어떠한 전생을 가졌고, 어떻게 태어 났으며, 어떻게 살아 왔을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태어나고 어떠한 길을 걸어 이 자리에 서 있나?

 

우연히 낯선 곳에서 낚여 오는 한 마리의 고기는

나의 실력이니 조력이니 하는 것보다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인과율의 법칙 속에서 얽혀 있는 셀 수 없는 확률 속의 

소중한 인연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그 인연을 입에 넣든, 마음에 넣든......

혹은 주머니에 쑤셔 박든, 잘 접어 날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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