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캐스트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며


 

플라이 낚시를 배우기 시작하고,

캐스트를 잘 해야겠다고 맘 먹은지도 제법 꽤 지났지만,

웬일인지 알면 알수록 첩첩산중이다.

 

얼마 전엔 캐스팅 그립(낚시대 쥐는 법)도 바꾸고, 책도 산만큼 쌓아다가 이론 공부도 하고,

잘하는 고수들 구경도 하고, 나름대로 체계도 잡고,

그리고 연습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이게 우찌된 영문인지, 

플라이 캐스트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내가 틀린 점, 잘못된 점, 고쳐야 할 점만 나타난다.

 

플라이 캐스트의 요소를 ABCD 알파벳으로 비겨 보자면,

겨우 A를 잡아 놓으면, B라는 녀석이 완전히 엉터리라 다시 시작해야 하고,

B라는 녀석을 겨우겨우 잡아서 새로 만들어 놓으면 C라는 녀석이 나타나서는

기초가 안되어 있다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그거 고치려면 정말 지금까지 했던 거 다 접어 두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게다가 새로운 D라는 녀석은 언제쯤 나타날지 아직 난 모른다....

 

이제서야 겨우 깨닫게 되는 것은 바로

'이게 아마도 그렇게 선배들이 이야기하던 기본기 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처음부터 거의 독학으로 익혔던 캐스트 폼은 역시 원리를 모르고 

단지 폼만 나게 흉내나 내던 거라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굳어진 습관으로 강력한 방해꺼리다.

중간에 좋은 선배를 만나 다시 연습하기도 했지만,

굳어 버린 나쁜 캐스트는 이젠 뽑아 버릴 수도 없게 내 뼈속 깊이까지 박혀 있다.

 

지금 아는 것을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그때 처음부터 다시할 때 제대로 할껄,

왜 이렇게 해야 하는 지를 누가 미리 알려 줬었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쳇바퀴를 돌지 않았을 것을.

그건 바로 나의 생활과도 마찬가지다.

 

이젠 조금 두렵기 까지 하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걸어 보지 않는 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인가?

아마도 그것에서 삶의 진리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묵묵히 걷는 자가 오히려 부럽다.

아마도 묵묵히 걸을 수 있는 자가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인 듯...

 

지금 자신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짐의 무게와 상관없이

아련히 앞으로 나 있는 길을

그저 걷고 또 걷는 

수많은 대다수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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