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벌레를 들여다 보다


 

얼마 전 몰출을 가서 이야기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고기는 보기 어렵고,

새로 시작한 벌레 공부 덕분에,

낚시는 적당히 때려치고 허리를 숙여 벌레를 찾았다.

 

수서곤충...

물에 사는 벌레들이란 얘긴데, 이는 연어과 물고기의 주요 식사 내용이다.

그래서 많은 플라이 낚시꾼들이 벌레들을 좀 더 알고 싶어 하지만,

물고기만큼이나 쉽지 않은 녀석들이다.

특히 나처럼 욕심 많은 낚시꾼은 평소에 한번 들여다 보기도 어려운 존재다.

 

오전 9시경이 되자, 첫번째 종류의 미지가 해치한다.

중간 사이즈의 미지로 이제 봄이 왔다는 증거이다.

금방 머리 위를 가득 채운다.

12시경엔 28번 정도의 꽤 작은 사이즈의 두 번째 종류의 미지가 뜬다.

다시 오후 3시가 넘자, 겨울 내내 볼 수 있고, 사철 내내 보던

익숙한 조금 큰 사이즈의 검은색 미지가 물위로 떠 내려 온다.

미지의 분류는 자신도 없고, 공부 한 것도 없으니 생략...

 

계류의 바닥은 청태로 가득 찼다.

이맘때 쯤이면 갈수기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다.

덕분에 봄 해치를 준비하는 벌레 녀석들에겐 풍족한 시절이다.

뒤적이는 돌마다 벌레들이 가득 찼다.

대부분 March Brown이다. 복부에 붙어 있는 아가미의 모습이 약간씩 다른 것으로 보아

유사한 종류가 뒤섞여 있다.

Crawler 류인 간혹 1.5cm 가 넘는 벌써 꽤 자란 알락하루살이류가 기어 다닌다.

물 밖을 나와서도 씩씩하게 잘 기어 다닌다.

알락하루살이는 4월이면 해치를 하겠지.

의외로 March Brown 들은 해치가 늦나 보다. 윙 케이스가 검어진 녀석은 보기 어렵다.

12시를 즈음해서 캐디스 해치가 난다.

옅은 회색 날개에 전체 길이 7mm 정도의 숫놈과 약간 더 큰 크기의 초록색 알을 가진 암놈이다.

다시 오후 1시가 되자, 순백색의 날개에 초록색 몸통을 가진 머리에서 날개까지 1cm 정도의 캐디스가 해치를 한다.

이 녀석이 숫놈이고, 아까 그 7mm 크기는 아예 다른 놈일까?

허리를 숙여 부지런히 바닥돌을 뒤집어 보니,

아까 그 캐디스 성충의 초록색과 같은 색깔을 가진 saddle case 캐디스 라바가 적당한 리플지역에서 

가끔씩 함께 뜯겨져 나온다.

이 녀석이 바로 그것들의 라바인가?

비슷한 위치에 퓨파 케이스가 몇 개 있어서 조심스레 뜯어 보니

형광색을 발하는 더욱 파란 초록색을 가진 아직 덜 자란 퓨파가 미약하게 꿈틀이고 있다.

그렇다면 라바와 퓨파와 성충을 동시에 확인한 건가?

적당히 자란 캐디스 라바는 줄날도래과만 있었고, 다른 캐디스라바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가

아침에 6도, 오후 3시 8도의 수온에서 다른 종류의 퓨파도 보이지 않으니

한 set로 봐도 될까? 색상과 사이즈를 봐서는 맞는 것 같은데, 짐작일 뿐이다.

그런데 라바는 그렇다 쳐도 이렇게 퓨파 집을 뜯어 버리면 이 녀석은 그냥 맛이 가는 건데.....-_-;

그러고 보니 바닥 돌들을 왕창 왕창 뒤적이는 것도 사실 좀 미안한 일이다.

 

몇 마리의 님프와 라바를 채집통에 담은 후,

허리를 펴 보니, 물 속에 잠겨 있는 내 웨이더에 뭔가가 잔뜩 붙어 있다.

물 밖으로 나와보니 아까 그 옅은 회색 캐디스가 수 십마리 붙어 있다.

가만 보니 내 다리를 타고 물 속으로 기어가서 산란하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몇 마리는 초록색의 둥근 알집을 내 웨이더에 붙여 놓았다.

계속 해서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조심조심 털어 보내고 물 속에 서 있는 걸 그만뒀다.

설익은 모성인지, 숭고한 모성인지 모르지만,

그나마 최대한 깊은 물속에 2세를 산란하고자 꾸역꾸역 내 다리를 타고 내려간 걸 보니

감상이 새롭다.

대부분의 알은 내 발목 쯤에 놓여 있었다.

조심스레 돌틈에 떨어뜨려 놨지만, 알 순 없다....-_-;

 

결국은 님프와 라바는 다시 돌틈으로 조심스레 풀어 주고 말았다.

늘 채집을 해보지만, 들여다 보고 있자니 맘이 편치 않아서 돌아 올 땐 빈손이기 쉽다.

그래도 웬만큼 산 성충을 데려오기로 했다.

퓨파 껍데기가 날개 한쪽에 붙어 있어 날지 못하는 캐디스 한 마리와

비슷한 종 두 마리만 담아 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몇 가지 책을 펴들고, 확대경을 들었다.

얼마 전에 새로 구한 섬유용 확대경인데, 각각 10X, 20X 배율을 가졌다.

날개 맥문으로 구분하는 하루살이 쪽은 20X 배율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작은 크기의 캐디스 성충을 분류하기엔 20X도 좀 작은 것 같다.

 

머리 크기가 1mm도 안되니 ocelli(홑눈) 구분도 어렵다.

일단 머리에서 날개 끝까지 길이가 5mm가 넘으니 Micro cadis는 아니고,

Maxillary palpi(제2더듬이)의 5번째 segment가 다른 것에 비해 길지 않으니 Net spinning cadis도 아니다.

Ocelli는 있는 것 같고, Maxillary palpi의 두 번째 segment는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길지 않고 둥근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 첫번째 앞다리의 관절에 Apical spur(앞쪽에 있는 가시 발톱)만 있고,

Preapical spur 가 없으니 saddle case 캐디스의 성충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물속에서 발견한 초록색의 그 캐디스 라바와 같은 set이라고 봐도 될 것 같군.

다행히 saddle case 종류는 Glossosoma 라는 한 가지 속(屬)밖에 없으니 다행이군.

퓨파 칼라 차트를 뒤져보니 브라운과 초록색 두 가지이다.

그렇다면 아까 그 퓨파의 칼라도 맞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다시 우리나라의 수서곤충 책을 뒤진다.

Glossosoma, Glossosoma 라...

광택날도래로 되어 있다. 사이즈를 봐서 큰 광택날도래는 아닌 것 같고,

그냥 광택날도래인가 보다.

한 두 권의 외국 책을 뒤져서 사진을 찾아 보지만 쉽게 나오지는 않는다.

새벽부터 움직여서 피곤한 탓에 감겨 오는 눈 덕분에 그만 책을 덮었다.

다음 기회에 다른 책에서 좀 더 찾아 봐야 겠다.

겨우, 한 set를 찾았지만, 그나마 확실치도 않고, 고기와의 관계를 알지도 못했다.

 

책에서의 자료를 좀 더 뒤져서 살펴보면,

해외자료에서는 April부터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일찍 움직이는 모양이다.

물속으로 기어들어가서 산란하는 것과 몇몇 특징들은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플라이 낚시꾼들의 이 녀석에 대한 정보를 보자면,

크기는 작아도 여러가지 특징 때문에 매력적인 캐디스라고 한다.

우선 봄철의 특정 시기와 특정 시간에 짧고 집중된 제법 많은 양의 해치 타입 때문에

해치 때의 이 캐디스 퓨파가 특히 봄에 송어들이 선택적이고 예민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 쉽다고 한다.

게다가 겨울엔 대강 살다가 해치하기 전에 3~4월에 집중적으로 자라기 시작하는데,

자라기 시작하면 케이스(집)을 늘려 짓는 다른 캐디스 라바와 달리

케이스를 버리고 새로 짓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drift(물속에서 떠내려 가기)를 하는 특성이 있어서

이 캐디스가 살고 있는 이른 봄철엔 유사한 색상과 크기의 라바 님핑이 유효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특이하게 이 이름의 플라이 패턴이 별도로 존재하나 보다.

물론 내가 보기엔 약간은 다르게 보인다...-_-;

 

하루가 지나자 채집통 안에서 바싹 말라 버린 녀석들, 집의 아이가 가지고 논다....-_-;

다음엔 분류법 요약 정리한 걸 가지고 다니던지 하던지

접사가 되는 디지탈 카메라를 구하던지 해야지,

기어 다니고 날아다니는 걸 잡아 오는 건 아무래도 좀 객적다...

 

이상은 나의 첫번째 벌레 공부 실습기이다.

김춘수의 꽃 처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사뭇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문제점도 보이고,

실전은 더 어렵구나 그리고 뭐든지 희생이 따르는 구나.

아참,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지....-_-;

이런 잡다한 느낌이 떠오르는 첫번째 경험이었다.

 

나중에 먼 시간이 지나서 내가 다시 보라고,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 뒤죽박죽 몇 자 남긴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