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차를 팔다


 

얼마 전에 그동안 잘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았다.

시세라고 부르는 가격보다 좀 싸게 내놓았더니 후다닥 팔렸다.

 

근데 막상 팔려고 보니 맘이 좀 그렇다.

길가에 서서 차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흥정을 하다 보니

맘 한 구석이 짠하다.

어릴 때, 외가집에서 나와 꽤 친하던 월미(누렁소)의 송아지를 팔던 기억이 난다.

웬 낯선 아저씨가 와서 송아지를 이리저리 휘둘러 보고,

입을 열어 보고, 발굽을 살피며, 뼈대를 만져 보던 일들.....

 

비록 중고차로 샀었지만, 그동안 말썽 없이 말 잘 듣던 녀석이고,

내가 가졌던 첫 차라서 더욱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와의 단 둘이 다녔던 낚시여행의 추억도 꽤 많다.

눈길에 미끄러지며 안개등을 깨먹기도 했고,

눈 쌓인 강원도 고개 길을 넘다 넘다 못 넘어 후진으로 내려오기도 했고,

귀가길의 졸음 운전을 이기려 온 창문을 열고 달리던

그 바람소리까지 귓가에 새롭다.

늘 말없이 낚시터로 나를 날아다 주고,

안전히 나를 집으로 데려오던 녀석이었지.

궂은 길도 마다 않고, 늘 믿음직한 동반자였다.

 

다음에 타실 분이 안전하게 타셨으면 해서

팔기 전에 이곳 저곳 손을 봐둔 터라 여차하면 그냥 더 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구매하러 오신 분을 보니 차는 아껴주실 것 같은데,

막상 떠나 보내려 하니 맘이 쉽게 놓지 못한다.

 

결국 녀석은 낯선이에게 고삐를 쥔인 채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떠나가는 녀석을 따라가며 난 녀석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었다.

 

잘 가고, 멀리 가서도 행복해라....T_T

늘 말없던 나의 낚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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