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빈 바늘을 물다


 

물고기가 빈 바늘을 무는 일이 가끔 있는데,

알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약간의 먹이감이 생겨서 모여 들게 된 고기들은

서로 먼저 먹이를 차지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 티끌만한 먹이라고 해도 혹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남들이 물기 전에 일단 물고 보는 습성 때문에

그 순간에는 아무것도 매달려 있지 않은 빈 바늘이라고 해도 문다고 한다.

물론 실전에서는 약간의 미끼를 뿌려 일단의 고기를 불러 모으는 게 포인트라고 한다.

 

이는 약간 어려워 보이는 계류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록 빈 바늘이 아니라고 해도, 경쟁 상황하에서의 플라이 낚시는

고기 속이가가 훨씬 쉬워 진다.

 

이 역시 남들 물기 전에 내가 물어야 하는 스스로의 긴박감 때문이겠지.

빈 바늘이라도 남들 물기 전에 내가 먼저....

낚시꾼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면 참 웃기는 일이지만,

고기를 사람으로 대체해보면 웃을 수만은 없다.

 

남들이 차지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가 먼저 하다 보면

하찮은 물건에도 경매 호가를 터무니 없이 올리기도 하고,

한정 수량이라는 명목 아래 쓸데 없는 잡동사니를 백화점에서 잔뜩 사 오기도 하고,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작전 들어간 주식을 투자하기도 하고,

묻지마 부동산을 사기도 한다.

뭔가 사는 것 외에도 자녀교육이라든가 살펴 보면 생활 속에 산재해 있다.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아둥바둥 매달린 곳이

바로 그 빈 바늘인 것이다.

 

빈 바늘은 나의 코를 꿰고, 나의 자유를 강탈하며,

나를 공허하게 만든다.

아마도 뭔가 조금은 배울 수 있겠지.

 

게다가 낚시꾼이 문 빈 바늘이란 참으로 웃기지 않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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