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 다시 느끼는 대물
예전에 한번 대물의 모습과 느낌에 대해서 낚시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다시 읽어 보다 보니,
요즘 새로이 느끼는 대물의 의미는 조금은 달라 보인다.
낚시꾼의 눈은 고기의 크기만을 보고,
낚시꾼의 손은 고기의 무게만을 느낀다.
큰 고기 한번 낚는 일이 대부분 낚시꾼의 일생일대 최고의 목표가 되어 있다.
많은 낚시꾼들은 낚은 고기의 크기가 낚시꾼의 실력을 좌우한다고 믿기도 하거니와
큰 녀석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그 짜릿한 순간 또한
낚시꾼이 놓아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집착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 떠 오르는 것은 좀 다르다.
대중과 시류가 얽어 놓은 열목어니, 산천어니 하는 이름난(?) 고기들의 대물과 한번 만나는 일과 같은
남이 만든 꿈과 기대 속에 부흥하여 아무 생각 없이
함께 뛰어 다니는 일보다
내가 마음 한 구석에 정해 둔, 매번 흔적은 느끼지만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이름 모를 낯선 고기 한 마리를
보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과 땀이 서린 낚시 한 판이 더욱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 고기는 손가락 두어 마디 만한 피라미 일 수도 있고,
흔하디 흔한 똥고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낚시꾼에겐 긴 시간 내내 호기심과 애정을 쏟던 소중한 고기다.
남이 정한 대물은 그저 뻔한 고기 한 마리일 뿐이고,
정작 나의 대물이란 따로 있는 것이다.
인간은 대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낚시를 통해 느끼는 만큼의 크기가 바로 고기의 크기인 것이다.
예전에, 낚시 중에 나의 실수로 눈 앞에서 몸을 돌며 천천히 죽어가던 피라미 한 마리가
내겐 여전히 크디 큰 고기로 남아 있다.
그리고 어떤 녀석인지 짐작은 하지만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대물들이
내가 다니는 샛강에 아직 많이 숨어 있다.
대물의 의미에 대해서 딴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은 사물의 본질이란 저 밑바닥이나 알 수 없는 비밀의 화원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니고,
그저 느끼는 그 자체가 본질이란 말이 와 닿는다.
아마도 낚시꾼의 마음은 고기 그 자체를 느껴야 할 것 같다.
크기나 모습이나 종류를 던져 버린,
펄떡이는 생명 그 자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