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올해의 마지막 출조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지난 강원도 출조 이후에

여의도 샛강을 찾았다. 12월25일 크리스마스....

가만히 보니 3년째 크리스마스날 낚시간 거였다. 결혼하고 첫해 97년엔 여행삼아

제주도를 갔었다. 바다 플라이를 하리라고 민물루어대와 플라이 대를 챙겨들고 갔었지만

꼬마 고기들만 볼 수 있었다. 대신 멋진 추억과 사진이 남았다.

이 홈페이지 대문에 석양에 폼 잡고 서 있는 사진이 그 날 아내가 찍어준 거다.

왠지 낚시가면 뭐 많이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는 통에 카메라를 거의 안 가져가고

가져가도 낚시하느라 정신이 없어 사진 찍을 생각을 않기 때문에 거의 낚시사진이 없다.

낚시 홈페이지에 고기 그림 하나 없으니 좀 그렇긴 하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어디 멀리 가지 못하고 조용하게 지내느라 집에 있던 난

손이 근질 거려 여의도 샛강을 찾았다.

서울시내이지만 겨울의 한강변은 세찬 강바람에 얼굴과 손이 금방 곧아 든다.

한강도 제법 얼고 물살이 센 부분만 길쭉하게 안 얼어 있었다.

낮은 수위에도 불구하고 긴 티펫(목줄)으로 녹색 플라이 웜(상쥬앙 훅)을 달아 바닥을

흘리던 나는 뭔가 바닥에 걸린 듯한 느낌과 함께 뱀처럼 구불텅 거리는 감각이 전달되어 왔다.

천천히 구불텅 거리면서 올라온 녀석은 50이 넘는 멋진 강준치.....

깊은 곳의 수온도 5~7도 정도일텐데 확실히 몸놀림이 느려지긴 했지만 바늘을 정확하게 입으로

물었었다. 반가운 마음에 추울까봐 얼른 보고 보내 줬다.

그 뒤론 올해 4월까지 강준치를 볼 수 없었다........

그 생각만 하고 난 또 올해 크리스마스날 샛강을 갔다. 역시 꽤 추운 날이었다.

아내가 사준 벙거지모자를 챙겨 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로 귀가 얼고 있었다.

온도계를 담궈 재본 얕은 곳의 수온은 영상 2도.....   수심 2M라야 겨우 5~6도 되겠지? 예년과 비슷한데.....

예전의 훅을 다시 달아 몇 번을 흘려 봤지만 전혀 입질이 없었다.

몇번의 캐스팅에도 가이드는 얼어 붙고, 라인이 붙어 버려 캐스팅이 되지 않는다.

낚시대 끝을 연신 물에 넣고 흔들어 녹여 보지만 그게 그거다.

그러던 차에 샛강에서 자주 뵙는 플라이 고수 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은 내가 샛강을

갈 때마다 꼭 뵈니 정말 대단한 분이다...... 난 보통 별일없는 주말이면 꼭 간다.

나처럼 강준치 얼굴 보러 오는 게 아니라 항상 고기보다는 캐스팅 연습하러 오신다.

그 정도면 내가 보기엔 엄청난 캐스팅 실력인데......

지금은 샛강 옆의 아파트에 계시기에 자주 오시지만, 내년 초에 거주지를 옮길 계획이어서

내년부터는 뵙기가 어렵게 되었다.

아마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것 같다며 가시기 전에 몇 가지를 더 가르쳐 주시고 가셨다.

고맙다고 넙죽넙죽 잘도 받아 배우는 게 좋으신지 항상 적극적으로 뭔가를 가르쳐 주시던 분.....

이 날도 롤 캐스팅의 요령과 처음 배운 내가 해 봐도 무려 15M에 가까운 거리가 나오는

무시무시한 스페셜 롤 캐스팅을 배웠다.

나머지 하나는 뒷 공간이 없을 때 쓰는 또 다른 캐스팅 법......(지난번 플라이 Tip에 공개한 것과는 또 다름)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의 아크로바틱한 수준의 놀라운 캐스팅 기술들이었다.

플라이 라인을 마치 능숙한 마부의 채찍처럼, 살아 있듯이 움직이게 하는 기술......

금방 익힐 순 없지만 한번 본 것만으로도 연습의 투지가 불타오르게 하는 것들이었다.

물론 아직 난 기본 캐스팅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열심히 연습하라며 가셨다.

도대체 캐스팅에는 어떤 단계들이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뭔가를 덧붙이고 가셨다. "사람들 많은 데서는 이거 연습하지 마세요. 하하...."

숨겨 내려져 오는 무슨 무술의 비전 같은 기술인 듯하다.

옛날의 청기와 장수 얘기처럼 자식에게도 기술을 전수하지 않아서 그 아름다움이 현재에 와서

끊긴 것 생각이 나서 약간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사연을 듣고 나서는 고수 분의 의견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나도 공개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해 보래도 제대로 못하니까....... -_-;

(지난번 공개한 것은 고수분이 갖고 계신 기술이 아니고 외국인에게 배워 연습하시는 거라 공개했음)

성함을 예전에 들었지만 늘 보니까 까먹고 지내서 다시 한번 물었지만 얘기하지 않는다.

그 분도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이름 모를 분에게 그냥 그렇게 고맙게 배우셨단다.

원래 그러는 거라면서.....

숨은 전통이라 생각하고 존중하기로 했다. 개인의 판단은 내가 나중에 하면 되고....

하지만 너무 섭섭해서 명함을 드리고 졸라서 성함을 알아냈다.

다음에 뵈면 이름이라도 알아야 아는 척 할 것 아닌가?

먼저 들어가신다며, 돌아서 가시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셨는지 내 훅을 두 개 얻어가셨다.

아차 먼저 권할 걸..... 이 분은 연세가 많지는 않지만 요즘, 수전증이 있어 타잉이 좀 힘드신다.

맘대로 가져가시라고 갖고 있던 님프, 스트리머, 포퍼와 기타 훅, 3개의 훅박스를 열어 드렸지만

수 십개가 넘는 님프 훅 박스에서 달랑 2개만 고르셨다.

벌레처럼 발이 6개 달린 갈색 더블윙 스톤님프, 밝은색 디어헤어로 만든 익스텐디드 롱바디 메이님프.

모두 다 사연이 있던 훅들이었지만 난 언제든지 만들면 되니까 아깝지 않다.

근데 난 언제 또 이런 고수 분을 만나서 다시 배울 수 있을까.......

이런 분들은 잘 드러내지 않고,

항상 겸손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가르치려고 하지 않기에 더욱 더 기회가 적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숨은 고수 분들이 많이 생긴다면 플라이 낚시의 전체 수준이 올라 가겠지.....

이미 많은 고수들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런 엉터리 플라이 홈페이지 만들어 아는 체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다시 한번 내게 변명해본다. 난 플라이 낚시를 공부하면서 배운 점을 남겨 두는 거라고....

가시고 나서 난 고기를 노릴 수 있는 물살 센 하류로 가지 않고,

잔잔한 상류부분에서 캐스팅 연습만 하다가 팔이 아파 와서 돌아 왔다.

당분간 나도 캐스팅 연습만 해댈 것 같다.

비록 강준치는 못 봤지만 정말 배운 게 많은 1999년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출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