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고민의 순간


 

얼마 전, 한강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장마철이다 보니, 슬슬 샛강이 움직이기 시작할 시기라 상황이 어떨지 궁금해서 나가 보았다.

 

샛강의 강준치를 가급적이면 집적대지 않기로 하였지만,

언제쯤 움직이기 시작하고,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여,

가끔은 뾰족한 바늘로 노려 본다.

적당히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 서려는 데,

저 멀리 옆에서 대낚하시던 분이 오셔서는 난처해 하신다.

수면을 살펴보니 케미를 단 커다란 민물 찌 하나가 수면을 달리고 있다.

고기와 겨루다가 원줄이 터졌다고 하신다.

귀찮겠지만 좀 건져 달라고 하신다.

 

멀리 던질 수 있는 채비를 가진 나로서는 당연히 도와드릴 일이다.

잘 가라 앉아서 원줄을 잘 걸만한 묵직한 훅을 달아서 던졌다.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고기는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맴도는 통에

몇 번의 시도 끝에 쉽게 걸었다.

채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찌 부근에서 던진 바늘이 제대로 걸려서

당기자 고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중에서 후둑이며 조금씩 차고 나가며 버티는 것이 누치인듯 하다.

적당히 당겨서 녀석의 얼굴을 보고는 물 건너 편의 주인에게 낚시대를 돌려서 라인을 쥘 수 있게 해드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고기가 버둥대는 통에 주인은 줄을 놓쳐 다시 도망간다.

 

다시 몇 번의 시도에 찌를 걸었다.

그런데 누치가 채비를 수중의 돌을 걸었는지 꿈쩍하지 않는다.

걸린 채비를 빼내느라 좌우로 씨름하는 중에 엉뚱한 생각이 또 난다.

 

'아, 그런데 이거 잘하는 짓인가?'

물론 낚시꾼인 사람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고기의 입장에선 '죽을똥 살똥 겨우겨우 줄을 끊고 도망나왔는데,

웬 낯선 낚시꾼이 이상한 채비로 다시 건져 내다니,

재수 옴 붙은 날이군.' 이라고 생각하겠지.

고기 아끼는 척 하는 엉터리 낚시꾼인 나는

고기 편을 들어야 하나? 사람 편을 들어야 하나?

대강 열심히 하는 척하다가 놓치면 될려나?

그래도 일단은 사람의 탈을 쓰고 있으니 열심히 도망간 고기를 회수해야 하나?

사람 편을 들긴 해야지만, 물속에서 투덜대고 있을 고기를 생각하니

맘이 편친 않다.

 

어떻게 하다 보니 돌에 걸린 채비가 빠졌다.

라인을 당겨서 찌를 손으로 잡고는 끊어졌던 원줄을 쥐었다.

그런데 어어~ 하는 사이에 녀석은 투~둑! 하더니 한 방에 목줄을 끊고 도망갔다.

 

"머쓱... 허허, 고기가 끊고 도망 가부렀네요....-_-;"

내게서 찌를 넘겨 받으시던 주인은

그나마 찌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만족하고 가신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고기나 주인이나 그리고 나나,

적당히 나쁘지 않게 끝난 결말인 듯 하다.

 

뭐 고기가 운 좋은 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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