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꿈을 이루는 자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는 자는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낚시꾼의 꿈은 무엇인가?

대물의 꿈도 있을 것이고, 아직 못 잡아 본 고기에 대한 꿈도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대략 낚시하고 싶을 때, 낚시할 수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말이 쉽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꿈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때, 아무때나 낚시대를 쥘 수 있는 낚시꾼을 아직 난 보지 못했다.

나중에 생업에 은퇴(?)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겠지.

아무래도 당분간은 가끔 낚시대 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이

정신 건강상 좋을 듯 싶다.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서 강원도 산골의 분교가 배경이었다.

교실 뒤편에 붙어 있는 몇 명 되지 않는 아이들의 미래의 꿈은

간호사, 선생님, 농부.... 대략 이런 거였다.

초등학교 때라면, 위대한 과학자, 대통령, 뭐 이런 거라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구라도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간호사, 농부 이런 게 장래희망이며 삶의 희망이란 말인가?

물론 간호사나 농부가 손쉽게 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그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소중한 직업이지만,

아직 삶의 고단함을 모를 아이들이 갖기엔 약간 소박(?)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아이들의 꿈은, 부모들에게 시달려 부모에 의한 미래를 강요받는 도시의 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이룰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내 꿈은 오늘 집에 무사히 퇴근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아이를 만나서, 둘이 다시 만남을 기뻐하고,

퇴근한 아내와 함께 온 식구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저녁 뉴스를 편안히 본 후,

어제 읽다 만 책을 몇 장 더 넘기며, 지적 만족감을 채운 후,

사랑스런 아내의 곁에 편안히 잠드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보면 꿈을 이루는 자는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일의 꿈 역시 오늘과 똑 같다고 생각해보자.

하루 하루가 쌓여서 난, 늘 또는 자주 꿈을 이루는 자일 것이다.

 

다시 낚시꾼으로서의 나는

이번 달까지는 무슨 무슨 낚시책을 다 읽고,

이번 여름시즌에 샛강을 몇 번 쯤 더 나갈 수 있고,

올 연말까지는 플라이 낚시의 무엇 무엇을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한 꿈이지만,

꿈을 이뤄본 사람만이 그 성취감의 즐거움을 알 것 같고,

반대로 어깨를 눌러 오던 그 꿈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을 때,

이룬 후의 허망함이 가벼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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