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이게 내꺼 같냐?


 

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들,

집, 차, AV시스템, 수많은 영화, 음악, 책, 그리고 낚시 도구들....

심지어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가족, 친구들까지...

열심히 아끼고 사랑하는 물질과 관계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다 내꺼 같냐?

 

이게 언제까지 다 내꺼 같냐?

지금 이 순간은 내가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우찌될 지 모른다.

내일이면 망가질지, 안개처럼 사라질지, 잃어 버릴지 그도 아니면 내가 죽어 없어질지....

잠시 내 손안에 존재할 뿐이지 그 본질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약간 높이 들어 살피자면 비교하기 애매한 시간의 길고 짧음 뿐이지,

그것들은 나를 스쳐 가는 바람과 햇살에도 비길 수 있다.

 

다만 인간은 그 순간의 시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소유해 보았다는 것하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인간의 어리숙한 욕심은 채워 지는 것일테고...

 

낚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노력과 열성의 결과로 어느덧 손 안에 놓여진 고기 한 마리,

이것 역시 내 것이 아니다.

더더욱 짧은 찰나의 순간, 낚시 중의 고기를 즐겼을 뿐이다.

집으로 데려와 아끼며 두고 보든지, 적당한 양념과 함께 낚시꾼의 뱃속으로 들어 간다고 해도

다시 돌고 도는 순환 속에 녀석은 고기로 혹은 또 다른 무엇으로 돌아가

자신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즉시 놓아 주는 것이나 별 차이 없는 게 아닐까?

세상 만물은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고 또 다시 서 있을 뿐

영원한 내 것이란 없다.

 

 

한 마리의 고기를 잡아 손에 쥔다면

다시 한번 더 눈을 돌려 고기를 내려다 보며 되씹어 보자.

'이게 내꺼 같냐?'

 

그리고 그 여력을 모은 후

조금만 더 돌려 내가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들에게도

되 내어 보자.

 

다시 놓아 주는 한 마리의 고기가

내게 많은 것을 알려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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