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바늘 통이 비다


 

한동안 바늘을 안 매고 낚시를 다녔더니 이제 바늘 통이 비었다.

그 동안 바늘을 안 맨 이유는 뭐 별달리 있지는 않고,

그저 내가 게을러서 이다.

 

좀 더 생각해보니 내 낚시에 바늘 탓을 좀 덜하게 하려는 핑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내 낚시 가방엔 늘 상황별 바늘 통만 9개 정도 들어 있고,

그 안에는 예전에 매놓은 엉터리 바늘들이 제법 남아 있긴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다 보니까 예전에 맨 바늘들은 전부 엉터리로 보여서

낚시줄 끝에 매기가 영 내키지 않는다.

 

엉터리 바늘로도 낚시를 할 수 있다면 그것도 공부라고 생각해서

빈 바늘 통을 뒤져가며 하루, 이틀, 사흘... 낚시를 연장해봤지만,

이젠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쓸만한 바늘은 완전히 비어 버린 것 같다.

아마 남들이 말하는 다시 바늘 통을 채울 때가 왔나 보다.

 

그 동안 배운 걸 종합하자면

이젠 제법 쓸만한 바늘로만 바늘 통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워낙 게으른 나로서는 그것마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에는 출조 때마다 필요한 훅을 열심히 매는 게 귀찮아서,

또 만들어 보고 싶은 바늘들이 너무나 많아서

틈날 때마다 왕창 만들어 놓고, 출조 때는 그냥 다녔는데,

이제 다시 출조 때마다 꼭 필요한 바늘을 예상해서 매는

낚시로 돌아 가야 될 것 같다.

 

이 기회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바늘 통을 살펴보자.

드라이 훅 박스 2개(클래식, Terrestrial & Attract),

님프 훅 박스 대형 1개

스트리머 및 Attract 훅 박스 2개

소형 전용 훅 박스 2개(드라이와 님프, 웨트 포함)

초소형 미지 훅 박스 1개

배스 및 대형 Attract 훅 박스 1개

참 많기도 했다.

샛강 같은 곳을 갈때는 한 개 정도의 훅 박스를 들고 다녔지만,

대부분의 나머지 낚시에는 늘 모두 다 쑤셔 넣고 다녔던 것 같다.

실험이나 Test 그리고 Match the Hatch 같은 것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 낚시에 자신이 없어서 였던 것 같다.

실험과 공부를 위한 새로운 훅만 담아둘 훅 박스는 언제까지고 남겨 둬야 겠지만,

일단은 바늘 통의 개수를 줄여봐야 겠다.

 

가능하다면, 새로운 훅을 위한 훅 박스 하나와,

출조 때마다 본인이 예상한 정답만을 채운 훅 박스 하나,

이렇게 두 개 정도면 될까?

물론 쉽지는 않을 테지

 

내공이 좀 더 쌓인다면

단 하나의 바늘만 들고도 낚시를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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