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등산과 낚시


 

요즘은 등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8000M 이상의 인간이 지낼 수 없는 극한지대에 대한 등반 이야기 외에도,

등산을 왜 하는가? 추락에 대한 이야기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다.

 

나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군에서 산을 지겹게 탔던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무척이나 산 오르기를 귀찮아 하는 편이지만,

정상에 선 기쁨 외에도 산행의 즐거움 그 자체는 그럭저럭 알고 있다.

 

취미로 가볍게 뒷동산을 오르는 산행 역시 훌륭한 취미이지만,

무슨 취미이든지 극한의 칼날 끝을 걸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게중에는 죽음의 공포를 잘 알면서도

극히 위험한 산을 오른다.

 

산악인 그들 스스로가 하는 변명(?)은 그들의 등반은 단순한 명예나 치기어린 모험은 아니며,

어느 정도의 중독성도 있지만, 산을 오름으로써 그들 스스로를 벼리는 의미가 있었다.

칼날같은 능선에 몸을 갈아 내고,

육체의 죽음을 재촉하는 극한의 고도에서 마음의 열반을 경험한다고 한다.

물론 낚시인 개개인이 취미에 갖는 생각이 다르듯, 산악인 개개인의 경험과 의견은 다르겠지만,

위에 적힌 의견은 상당히 내 맘을 끌었다.

 

당연히 난 낚시와 비겨 보게 되었는데,

산악인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의 어깨에 짊어진 채,

산 혹은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성취의 담보로 목숨이 담겨진 배낭을 거는 반면에

낚시꾼은 안락한 뭍에 앉아서 고기의 목숨을 담보로 한 마리의 고기를 재미삼아 놀리고 있다.

 

어떤 낚시꾼은 물고기와 함께 물 속에 들어 가서 낚시를 하느니,

대어를 낚는 Extreme Fishing 에서는 가끔 큰 위험을 걸 수 있다느니 하는 변명도 있겠지만,

낚시꾼의 눈으로 보아도 진지함의 정도는 꽤나 차이나 보인다.

 

낚시꾼이란 약간은 어줍잖은 타이틀 덕분에 목숨을 걸고 낚시를 해야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등산과 비겨 보면서

낚은 고기를 입에 넣든, 마음에만 담든,

고기 낚는 그 순간만이라도 그 고기의 목숨을 무겁게 느껴야 할

의무감 같은 걸 좀 더 느끼게 된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낚시란 참 속편한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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