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구룡령을 넘으며...


 

얼마 전에 플라이 낚시 동호인들의 열목어 보호 캠페인으로

강원도엘 다녀온 적이 있었다.

 

사실 최근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고민꺼리가 많았었다.

대부분 밥 먹고 사는 거에 대한 거지만, 그 걱정의 근원은 역시 미래에 대한 것들이다.

캠페인 참석의 이유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면서 머리를 좀 식혔으면 했다.

 

게다가 강원도는 두 어달 만에 가는 터라 조금 일찍 가서 둘러보고 모임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한 여름인데다가, 비가 온 직후고 어수선한 상황이라 낚시는 대강 하고,

여기 저기 상황을 둘러 보러 다녔다.

 

여기저기 목적지 중에 갈천을 가보기로 했다.

내린천 바로 근처에 있는 곳이다 보니, 오히려 못 들려 본 곳이다.

그러한 이유로 구룡령을 넘게 되었다.

 

근처 식당의 막국수로 점심을 대강 챙겨 먹고,

영서의 산 아래는 한낮의 햇살이 따가운데, 고개를 오르다 보니

점점 흐려지고, 주위는 비올 듯이 어둡기 시작한다.

 

고개의 절반을 올랐을까?

차가 낮게 깔린 구름 속으로 들어 갔는지,

코 앞이 전혀 안보이는 자욱한 안개 속에 안개 비가 흩날린다.

껌뻑이며 앞서가는 차의 비상등만 간신히 보이는 정도.

갑자기 나타나는 반대편 차선의 헤드라이트에 깜짝깜짝 놀래가며,

거북이 걸음으로 앞차의 뒷꽁무니만 겨우 따라 가길 얼마쯤 되었을까?

또 한번 갑자기 나타나는 고개 정상 부근의 휴게소,

앞차는 휴게소로 슬며시 빠져 버리고,

나홀로 안개 속을 헤쳐 나가게 되었다.

 

이런 안개는 백령도에서 근무할 때 일 년에 석 달씩 찾아오던 짙디 짙은 해무(海霧) 이후로 처음이다.

온통 새하얀 안개 속에 나만이 강원도의 고개길을 달리고 있다.

마주 오는 차 한 대 없이 한참 동안을 그렇게 달리고 있자니

마치 홀로 구름 속을 비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나의 존재를 알리는 비상등만 켠 채 달려 나간다.

다가 오는 길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혹은 즐거움이 있을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 길가에 그냥 서 있는 것이 더욱 위험함을 아는 나는

그저 달릴 수 밖에 없다.

 

'이건 마치 내가 걷고 있는 인생의 길과 똑같지 않은가?

한 낮이라 환하긴 하지만, 도무지 앞을 볼 수 없는 구룡령은

뭔가 뻔해 보이는 인생 같지만, 닥쳐 올 일을 전혀 모르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이가 넘는 인생의 고개 길이다.

다음 커브 너머 낭떨어지가 있을지, 환한 물가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저 이번 커브를 돌고 다음 언덕을 넘는다.'

 

혼자 가는 길이라 고개를 넘으며 나는 아무 말없이 머리 속으로만 말하고 있다.

마침 Cherryfilter의 "갈매기 조나단"이 CDP를 통해서 미끄러져 나온다.

 

'날아간 거니 염원을 두고, 다시 삶을 불 태우려

슬프진 않아 열망에 싸인, 환한 웃음으로 넌 날았어'

 

기왕에 가는 길 나도 난다(飛)고 생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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