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종합낚시꾼


 

얼마 전에 식구들 데리고

바다 양어장 낚시터를 다녀왔다.

 

집사람이 낚시는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열심히 낚아서 먹는 보람이 있는 낚시가 되기 때문이다.

늘 내 낚시만 다닐 순 없지....

 

일요일날 아침을 느지막히 챙겨 먹고,

쉬엄쉬엄 도착한 곳은 벌써 낚시꾼들로 꽉 찼다.

채비를 준비해서 미끼로 가져간 날오징어 다리를 꿰었다.

장비는 민물 두 칸반대 장대,

서울와서는 바다낚시를 제대로 다니지 않은데다가,

간혹 간다고 해도 루어와 플라이로 해보는 정도라서 바다 장비가 거의 없다.

찌도 고추치로 적당히 띄울 채비로 맞춘 다음 바닥에 딱 붙여서

던져 놓고 집사람에게 대를 쥐어 줬다.

 

잦은 입질로 재미는 있는데, 별로 크지 않은 씨알의 양태가 주로 올라온다.

조금 떨어진 수상 좌대에서는 제법 굵은 우럭이 종종 올라 온다.

집사람은 꼭 우럭을 잡아야 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바늘도 작고, 낚시대도 무른 통에 걸렸다 빠지는 일도 있고,

낚시가 그다지 시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햇볕난 휴일에다가, 대강 바닷바람 쐬고,

온 식구가 그럭저럭 잘 놀다 온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가져 온 몇 마리를 잘 다듬어서 구워 먹었다.

그런데 그것도 싱싱해서 그런지 제법 맛나다.

집사람은 다음엔 제대로 준비해서 좀 많이 잡아 오잰다.

그리고 그날 옆에서 잘 잡아 올리던 아저씨가 쓰던 바다용 긴 릴대도 하나

당장 구해 오랜다.

어허 이거 결혼한지 꽤 되었지만, 아내에게 낚시대 사오란 얘기를 처음 들어 본다.

그동안 이해를 잘 해주는 편이라 눈치 좀 덜보고 낚시 다녔던 거지,

집사람 역시 내가 낚시하는 걸 그다지 반기는 편은 아니어서

사실, 좀 의외였다.

낚시꾼인 나야 머 반가운 이야기지만,

바다낚시 장비까지 갖추려니까 창고에 낚시장비만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낚시 장비는 분야를 넓히기 시작하면 그 비용이나 정성이 만만치 않음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자제해 왔었다.

 

하지만 어부인의 어명이니 못이기는 체, 담날 바로 낚시가게로 달려갔다.

집사람이 여러 채비로 만만히 쓰기 쉽도록

최대한 가벼운 대로 골라서 4.5M 3호대를 구했다.

이 정도면 원투대로도 쓰고, 적당히 찌낚시도 하고, 막 굴려도 팁도 잘 안부러 질테고 적당하겠지.

릴은 루어 릴에 원줄을 약간 더 굵게 감아 쓰기로 하고 구멍찌랑, 굵은 바늘이랑 대략 채비도 챙겨 놨다.

다시 창고를 열어 보니,

아직까지는 플라이 대가 주류이긴 하지만,

견지대에 루어대, 민물대 그리고 바다릴대까지 구색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큼 각종 낚시를 할만큼 창고가 찼다.

투망에다가 족대가 없어서 그렇지 이건 거의 종합낚시꾼의 장비다.

 

종합낚시꾼,,

전문 낚시꾼과 대비되게 넓고도 얕은 느낌이 좀 들긴 하지만,

식구들과 함께라면 종합낚시꾼만큼 훌륭한 낚시꾼이 있을까 싶다.

함께 간, 온 식구의 눈과 손과 입이 안심심하게 해줄 수 있는 낚시꾼이라면

그는 낚시꾼이면서도 아내에게 사랑 받는 남편,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부모님께 장한 자식일테지.

 

예전에 우리의 아버지들이 모두 그렇지 않으셨나?

거친 날씨에 모진 상황이라도 늘 우리를 실망시키시지 않으셨던 아버님 생각이 잠시 난다.

 

나도 집사람, 내 아이에게는

잠시 플라이 낚시는 잊더라도

종합낚시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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