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아버님의 낚시


 

얼마 전 부산을 내려가서의 이야기다.

낚시꾼 부자이다 보니까 역시 낚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결국 추석명절을 앞두고 또 붕어낚시를 가게 되었다.

물론 나보다 집사람 낚시하게 하느라 힘쓰시는 아버님의 도움으로

적당히 낚아서 어머님의 시원한 매운탕으로 마쳤고,

 

저녁식사 중에 또 낚시 이야기가 계속 되다가,

배스낚시 이야기가 나왔다. 케이블 TV에서 낚시 방송을 재밌게 보셨다고 한다.

"야, 그거 재밌겠더라"

그리고 아버님 친구분께서 밀양 근처에 배스가 많은 저수지를 잘 아신다고 한다.

"예! 그거 쉽진 않은데요. 재미는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내려오기 직전에

한강에서 배스를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대강 말로만 때우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져서 간단하게 배스낚시하실 수 있게

배스 루어대와 릴, 낚시줄, 그리고 채비 몇 개를 담아서 주문했다.

물론 배송지는 부산 본가로 해두고....

 

어려서부터 공짜로 아버님 장비를 마구 써왔던 걸 생각해보면

낚시꾼 아들로서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건데,

그다지 좋은 장비가 아니라서 못내 맘에 걸린다.

내가 아버님께 배웠던, 장비보다 낚시 자체를 즐기시는 분이시니까 섭섭하시진 않겠지 라고

내 맘대로 위로해본다...-_-;

 

아버님께 내가 다시 배우는 것은

새로운 낚시에 대한 늘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번의 플라이 캐스팅 연습하시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시 배스 낚시를 시작하신다니....

아버님께서 언제부터 낚시를 시작하셨는지는 들은 기억이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회갑은 훌쩍 넘으셨고, 물가에서 성장하셨으니 아버님의 조력은 대략 50년은 넘으셨을 것 같다.

그러나 낚시터에서 뵙는 아버님의 모습은 언제나 40대 후반쯤의 힘찬 장년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평생의 취미로 낚시를 하셨다면 지겨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아버님의 모습은 지금도 출조 때마다 낚시의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 차신다.

마치 처음 낚시를 배운 분처럼....

한결 같이 낚시가 즐거울 수 있는 아버님의 비결은 무얼까?

그것은 바로 늘 무리하게 낚시하거나 과도하게 낚시하지 않고

낚시를 아끼는 절조(節釣)의 덕을 가지셨기 때문일 것 같다.

늘 낚시가 아쉬운 나로서는 멀리 보이는 장산(長山)이다....

 

내일쯤 부산 본가에 낚시대가 도착하면

아마 아버님은 다시 몇 십년은 젊어지신 얼굴로 즐거워 하시지 않을까?

 

다음 부산 갈 때는 배스훅을 좀 묶어 가야겠다.

아버님과 함께 배스 낚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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