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고 싶은 낚시여행

#223      가을에 가고 싶은 낚시여행


 

갑자기 낚시를 가고 싶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산과 들로 그리고 자연 그대로엘 가고 싶다.

이번 가을엔 배낭메고 낚시대 하나 끼고 1박으로 산으로 오르고 싶다.

사실 플라이 낚시대를 매고 멀리 낚시 가본지 오래되었기도 하지만,

산에서 혹은 들에서 하루 자는 일이 그립기 때문이다.

 

남들이 볼땐 쌩 고생이겠지만,

막상 겪어본 사람은 그때의 느낌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예전 학생 때, 취미로 춘란을 키우곤 했었다.

그때 당시에만 해도 우리나라 산야에 있는 야생란의 채취가 유행했었는데,

나 역시 1박2일로 채집 여행가는 것을 좋아했었다.

물론 혼자 다녔다.

난을 캐기 위해서는 모든 풀이 이지러진 늦가을과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그때를 제외하고는 풀색 속에서 난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이나 전남 등의 좀 떨어진 곳까지 왼종일 산 속을 헤메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학생으로서는 1박이 필수 였는데,

시간을 넉넉히 벌고 비용을 아끼려면 산 속에서 그냥 자야만 했다.

겨울과 가까운 계절이거나 혹은 겨울이기 때문에 자는 문제는 꽤 심각했는데,

한 포기 난을 찾아 하루 종일 산을 헤메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 짐이 무거울 수 없다.

게다가 요즘 학생들의 책가방 정도 크기 배낭 정도라야

길도 없이 나무로 빽빽하게 찬 숲속을 헤메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겨울이라고 해도 텐트는 아예 포기하고 침낭 한 장 달고, 초소형 버너, 약간의 식량 이렇게 담고 나녔다.

옷은 가급적이면 얇은 것으로 많이 껴입고, 옷을 많이 싸갔다.

 

가끔은 눈 위에서 자는 일도 있었는데, 내가 주로 쓰던 방법은 이랬다.

일단 눈을 어느 정도 파내거나 바람이 덜 불고, 지열을 막을 만한 낙엽이 깔린 곳을 찾는다.

산 속에서 평평하고 돌 없는 곳 찾기는 무척 어렵다.

보통은 무덤가가 항상 최고의 자리를 제공해줬던 것 같다. ; 주인들께 이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림...

얇은 은박자리를 2장 정도 배낭등받이 부분에 끼워뒀다가

바닥에 깔고 보온이 좋은 겨울침낭을 펴서 들어가서 잔다.

몇 가지 비결은 발의 보온을 위해서 얇은 양말 몇 개와 두꺼운 양말을 준비해서

자기 직전에 새 양말로 갈아 신고, 3개나 4개 정도 껴 신는다.

옷을 여러겹 껴입고, 머리까지 모자달린 티 등으로 완전히 감싸고 침낭으로도 감싼다.

그리고 얼굴은 얇은 가제 손수건을 이용해서 눈만 내놓고 덮는다.

이렇게 하면 호흡할 때 나오는 열기로 영하의 온도에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이상하게 눈동자는 추위를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발 부분에만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는 걸로 봐서는

발에 대한 보온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특히 다음날 아침 얼어버린 신을 신는 건 좀 고역이었다....^^

 

산 속의 밤은 순식간에 찾아오기 때문에 대강 5시 정도면 그날 잘 자리를 찾아서 준비해야 했고,

저녁을 챙겨 먹고 6시면 누워서 완벽히 잘 준비를 해야만 한다.

달이 없는 밤이거나 흐리기라도 하면 불빛 하나 없는 산 속이기에 전혀 보이질 않는다.

후래쉬를 가져가긴 하지만, 인적을 안내려고 일부러 비상시가 아니면 거의 쓰지 않았다.

혼자 자는 밤에는 오히려 인적이 두려웠었다.

식사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식빵 한 개를 꽉꽉 눌러서 조그만 라면 한 봉지 크기로 만든 거하고,

버너에 불을 피워 인스턴트 스프를 끓이고 압축시킨 빵을 뜯어 넣어 불려서

한 그릇 가득 먹고 잤다. 물론 낮동안 이동 중에는 초코바를 여러 개 먹어야 했다.

 

금방 어두워진 산 속에서 잠드는 일은 처음엔 무척 낯설었다.

저녁 6시부터 자기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5시정도까지 자는데,

처음엔 대강 30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깼던 것 같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늘에 별이라도 가득한 날이라면 심심치 않았지만,

칠흙이라는 것이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는

나 역시 산짐승 마냥 귀를 쫑긋 대었던 것 같다.

산 속에서 들려 오는 소리는 생각 외로 무척 다양하다.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 소리부터 시작해서, 온갖 바람 소리, 움직임 소리

산 전체가 내는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돌아 다녔던 낮에는 그렇게 조용했던 것 같은데, 산 속의 밤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이야....

가끔은 들짐승들이 곁으로 걸어 오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저 멀리 눈동자로 보이는 인광이 껌뻑이기도 한다.

대부분은 큰 들고양이나 족제비 같은 종류였다.

머리 맡에 칼을 베고 자기는 하지만,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일도 가끔은 있었다.

물론 음식 냄새가 덜 나도록 식사후 뒷처리를 깨끗하게 하고,

음식 냄새 나는 것은 모두 비닐에 밀봉을 해서 배낭 깊이 담아뒀었다.

자다가 가끔 늦가을 비가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미리 경사진 쪽을 정해서 자리를 잡아 뒀기에

깔고 있던 은박 자리를 펴서 접히는 부분을 산 정상쪽으로 향해서

덮고 여미면 제법 큰 비가 와서 빗물이 흘러도 젖지 않고 대강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은 포기해야 했지만....

 

동이 터기 휠씬 전부터 깨어 있게 되며, 조금씩 밝아 지면 바로 일어나졌다.

; 언젠가는 그 덕분에 그날 하루, 지리산의 천왕봉을 제일 일찍 오른 사람이 되기도 했었다....^^

뒤척이지 못하고 떨면서 밤을 보낸 탓에 아침에 일어 나면

온 몸이 찌뿌둥 하고 머리는 멍하고,

머리까지 옷과 침남을 뒤집어 쓴데다가 세수도 못하고 잔터라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하루 밤 동안 산을 그대로 느끼고 산과 함께 깨어난 느낌은

정말 청량하다.

마치 어릴 때 친구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더욱 친해진 느낌이기도 하고,

인간이 꾸미고 가린 철벽의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 나를 내 던졌지만,

무사히 하루 밤을 살아낸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다시 불을 피워 아침을 챙겨 먹고, 전날 봐둔 가까운 냇물을 찾아 시린 세수를 하면

그제서야 그날 하루의 일이 생각나며 일상으로 돌아 오는 것 같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도 돌아와 따끈한 이불 속에 누우면 아무 생각 없어지지만,

또 다시 몇 주, 몇 달이 흐르면,

그날 밤새 보았던 반짝이던 은하수,

밤새 들었던 산의 소리,

이런 것들이 좀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몸이 근질 댄다.

다시 자연 속에 그대로 나를 맡겨 보고 싶은 것이다.

 

최근에는 거의 몇 년간 그렇게 여행해보지 못했다.

이번 가을엔 아무 이유대지 않고,

다시 그렇게 가보고 싶다.

 

이번엔 내 배낭짐 속에 낚시대 한 자루가 추가되겠지만,

낚시야 그냥 적당히 해보고,

고기가 좋은 낚시터보다 별이 잘 보이는 쪽을 택해서

기차타고 버스 갈아타며

그렇게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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