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 조행

#224      내린천 조행


 

띠리리리 띠리리리~

알람시계가 운다.

집사람 깰까봐 일단 잽싸게 끄고,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 났다.

새벽 3시40분,,

 

엇그제는 바늘이 떨어져 맨다고 새벽 2시쯤 되서 잤고,

어제는 회사의 등산행사 준비한다고 산을 3개 쯤 탓으니 오늘 일찍 일어 나기란 쉽지 않다.

"에잇 그냥 가지 말구 집에서 놀까?"

고기낚기도 요즘엔 점점 쑥스럽고, 낚시고 뭐고 귀찮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한참 속으로 궁시렁 대다가, 오늘 또 아니면 언제 가을 내린천을 가볼까 하는 생각에

미적미적 옷을 입었다. 새벽엔 벌써 춥겠지.

 

본류의 넓은 곳에서 시원히 낚시하며 녀석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시기인데다가,

다들 연어 보러 간다고 멀리들 나가서 더욱 조용할테지....

회사에는 그냥 쉰다고 갑자기 휴가를 내버렸다.

 

어제 저녁에 싸둔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아이와 아내는 다행히 잘 자고....

차가 아직 컴컴한 주차장을 나서니 이젠 4시다.

 

혼자 갈 땐 늘 그렇듯 쉬지 않고 내리 달려서 갔다. 이른 운두령 고갯길은 차 한 대 볼 수 없다.

창촌을 지나 예정한 곳까지 가니 7시가 다 되었다.

철따라 해도 늦게 얼굴을 내민다.

새벽 찬기운이 머리를 찡하게 식히고, 그동안의 쌓인 세상의 기억을 말끔히 지운다.

아침저녁 찬바람에 내린천의 나무들도 붉고 노란 가을 색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도로공사가 끝난 이후로 내린천은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고기가 있을 것 같은 곳과는 좀 멀지만 여유구석에 차를 몰아 넣고,

옷와 양말을 껴입고 웨이더를 챙겨 입고 4번대를 챙겼다.

폭이 넓은 본류에는 4번대가 편안하다.

 

우선, 탐색을 위해서 6X 티펫에 열목어용 두툼한 캐디스를 달았다.

수온은 12도, 낮이면 딱 적당한 수온이 되겠군. 아마도 지금쯤이면 미산까지 이동했겠지.

이동의 중간쯤으로 예상 되는 지점으로 내려 갔다.

 

계곡바닥에 모래 토사가 여름 때보다 더욱 심하다.

이래 가지고서야 먹을꺼리가 충분할지 모르겠다. 지난번 보니 가뜩이나 마른 녀석들이 많던데

어디서 먹고 몸 불려서 겨울을 보낼까?

 

처음 내려선 적당한 수량이 흐르지만 오픈된 여울의 포켓에는 튼실한 갈견이들이 달려든다.

그러나 수온이 차가워진 탓에 대부분의 갈견이들은 소의 느린 물에 모여있다.

이곳은 역시 여전히 열목어들은 좋아하지 않는 군.

 

상류로 천천히 올라갔다.

물가 약간 높은 곳 올라서서 수면을 찬찬히 살피니 저멀리 느린 플랫에 약간 길쭉한 녀석이 움직인다.

저기는 보통 때는 전혀 있지 않는 장소인데, 확실히 이동 중에 낮 동안 쉬는 모양이다.

캐디스를 던져 보았으나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플랫에서는 여러 번의 신경 쓴 다양한 프리젠테이션에도 아예 관심조차 갖질 않는다.

역시 이걸로는 게임이 안되겠지...

가을이다 보니 이른 시간에 매치를 할만할 해치 정보도 없다.

그동안 지나오면서 본거라고는 어제쯤 해치했을 짙은 색 14번 정도 하루살이 한 마리에 회색 캐디스 두 마리,

바닥은 모래라서 벌레 찾기가 쉽지도 않다.

기본적인 가을해치는 짙은 올리브와 브라운 색이라는 것을 떠 올리고,

해가 떠올라 반짝이는 수면이라 시인성이 좋으라고 플랫용 14번 훅에 10번 사이즈로 맨 검정 가시바늘을 달았다.

동일한 포인트에서 첫 번의 프리젠테이션에 약간 작은 녀석이 번쩍 하더니 살짝 걸린 바늘을 털고 달아 난다.

용케 찾은 은신처를 놓쳤네...-_-;

휴지로 훅을 닦고 입으로 불어 훅을 말린 뒤,

혹시나 해서 라인을 길게 푼 다음 약간 더 멀리 떨어진 검은색 큰 바닥 바위가 있는 곳으로 한번 더 던졌다.

이동 시기의 녀석들은 대부분 몇 마리씩 모여 있는 편이니까....

수심은 50~60cm 정도 얕지만 은신을 위해서 바닥이 어두운 곳을 늘 선호하는 녀석들이다.

먼 거리에 큰 훅이라 티펫이 완전히 펴지지 않아서 슈팅 후 홀을 한번 더해서 리더를 정리했다.

제법 프리젠테이션이 잘 된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제법 길쭉한 녀석이 바닥바위에서 올라 오더니 한 입에 삼킨다.

플랫에서는 처음 보는 녀석이다. 길이에 비해 약간 여윈게 좀 안스럽다...

 

우연히 만들어 낸 패턴이지만 플랫에서의 가시바늘의 역할은 언제나 훌륭하다.

느린 물에서 매치가 외면 당하면 난 보통 가시바늘로 다시 게임을 겨뤄 보고 있다.

플로팅 액을 약간 발라 손으로 적당히 가다듬는 것만으로 원하는 모양을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얇은 몸체와 몇 가닥되지 않는 헤클이 수면에 찰싹 달라 붙어 흐느적대면

사시사철 언제나 있음직한 물에 빠진 벌레와 같은 무언가 먹을 것을 표현해 내면서,

인공물이라는 의심을 최소화 하는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보여주는 것(인공물)은 거의 없으면서 훅에 비해 과장되게 맨 헤클로 인해서 밝은 날의 수면 아래에서

최고의 시인성을 보여 준다. 물론 수면에 바짝 붙은 탓에 사람에게의 시인성은 좋지 않다.

게다가 바늘 하나에 싸구려 등짝 헤클 한 장만으로 해결되니까 절제와 절약을 함께 찾는 내게도 적당하다...^^;

물론 싸도 제대로 된 털 고르기가 쉽지는 않다.

 

플랫에서의 낚시를 마치고 천천히 계곡을 오르다 여울을 만났다.

원래 유명한 포인트이긴 하지만, 늦은 봄도 아니고 이렇게 쎈 여울에 붙어 있을까 싶었지만,

한 낮이 되자 수온은 14도까지 올랐고 해서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수심은 40~50cm 정도로 낮고 쎈 여울이 넘실댄다.

수온에 따라 산소를 찾아 이동하는 열목어들이므로, 산소량을 별도로 한

기본 포인트는 수심과 먹이 그리고 은신처인 것 같다.

그리고 수심과 먹이는 상황에 따라 놓고 쥘 수 있지만 큰 바위 밑과 같은 은신처의 유무는 거의 필수적이다.

특히 오래 산 녀석일 수록 은신처에 대한 선택은 각별하다.

여름과 같이 더운날이나 먹을 것이 많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 지금과 같은 때에선 웬만큼 수심이 있는 곳이 기본적이지만,

혹시나 낮시간을 이용해서 먹이 활동을 열심히 하는 녀석이 있는지 싶어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맹렬한 물 흐름에 수면은 완전히 가려져 있으니 은신은 보장되고 약간 큰 돌 덕분에 포켓이 생긴 곳이 몇 군데 있다.

여름의 지류라면 아침무렵 확실한 포인트일텐데...

급류용의 두툼한 캐디스를 달아맨 뒤 라인을 짧게 하고 바닥돌을 소리나지 않게 조심해 밟으며 조용히 옆으로 접근했다.

물살이 어찌나 쎈지 계류화를 신은 발이 제대로 디뎌지지 않고 떠밀려 갈 정도다.

복잡한 물 흐름에 라인 드랙을 피하기 위해서 대를 높이 들고 흘리기를 반복했다.

빙글~ 밝은 색의 몸체가 돌고래 점프를 한다.

제대로 걸리지 않아 털고 갔지만 있다는 것은 확실하군.

늘 그렇지만 한 겨울에도 가끔 리플에서 발견되는 녀석들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리플에서 녀석들이 욕심을 좀 더 낼 수 있도록 엇그제 맨 검붉은 번쩍이는 바디에 10번 웨트 훅을 바꿔 달았다.

웨트 훅의 매치는 드라이나 님프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하는 것이 기본이라지만, 쎈 여울 탓에 조금 더 크게 매고 싶었다.

스윙 위치를 하류로 그리고 조금씩 더 멀리 바꿔 가며 훅을 보냈다.

위치조절은 캐스트와 스윙 전, 드리프트의 양으로 결정된다.

투둑, 몇 번의 입질 끝에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입질 위치를 봐서는 여러 마리쯤 될 것 같은데,,

일단 약간 더 위의 수심이 조금 더 보장되는 좋은 위치를 탐색해봐야 겠다.

 

다시 두툼한 캐디스로 바꿔 단 후에 옆으로 바짝 서서 훅을 흘린다.

원하는 곳에 멋지게 흘려 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좋은 자리인 만큼 아까보다 좀 더 큰 녀석이 돌고래 점프를 한다.

녀석은 그 빠른 여울을 헤치고 상류로 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감탄할만한 대단한 움직임이다.

웨트 낚시하느라 좀 상한 티펫을 그냥 뒀는데 다행히 바늘을 빼서 보낼 수 있었다.

플랫에서의 녀석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다.

부지런한 녀석들, 월동을 위해서 이동 중에 확실히 먹어두는 것 같다.

아마 그 덕분에 나도 녀석들 얼굴을 본 거겠지. 그렇다고 보면 그리 신나는 일은 아니다...-_-;

 

점심 때가 가까워 졌는데, 비스켓 몇 조각 먹은 게 다인 아침으로는 지금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다.

주차한 곳이랑 벌써 거리가 멀어져서 밥 먹으러 가기도 꽤나 귀찮다.

약간만 더 살펴보고 그냥 일찍 철수해서 차막히기 전에 집에 돌아 가기로 했다. 가면서 밥 먹고,,

게다가 며칠동안 계속 피곤했던 터라 밝을 때 운전하는 편이 졸리진 않겠지.

 

조금 더 올라가니 가을철의 최고 포인트인 깊은 수심의 런이 나왔다.

소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일단 수심이 적당해서 녀석들이 있기 좋을 것 같다.

폭이 좁고 수심이 깊은, 밥도 먹고 쉬기도 적당한 Best 포인트에는 못 미치지만

큰 바위도 적당히 배치되어 있어서 접근만 잘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렇듯 넓은 계곡에서는 넉넉하게 멀리서 던질 수 있는 4번 대가 편안하고,

남는 힘으로 다양한 프리젠테이션을 구사하기도 쉽다.

 

님핑을 시도하기로 하고, 직립 방울찌를 달고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서 작은 봉돌들을 나눠서 단 다음

옅은 갈색의 라텍스 바디에 비슷한 다리,가슴 더빙에 짙은 등을 가진 캐디스퓨파와 하루살이 님프를

뒤섞어 논 16번 훅을 달았다. 이것도 일종의 어트랙트 패턴으로 꾸민 훅이다....^^;

수면 아래의 바위 덕분에 수면 위로는 지그재그 형태의 순류와 역류가 반복된다.

라인을 이리저리 비틀기도 하고, 가까이 붙기도 해서 최대한 드랙프리를 만들어 본다.

방울찌의 수면 위 기둥이 까딱대며 훅의 상태를 알려준다.

컨트롤 되는 라인 길이 한도 내의 마지막 돌틈 앞을 방울찌가 지나가자

쑤욱 잠긴다. 아마 돌 앞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취식 순위에서 밀리는 런의 뒤쪽이다 보니까 굵은 갈견이와 비교적 크지 않은 녀석들이 뒤 섞여 있다.

 

약간 앞쪽의 큰 바위가 박혀 있는 런의 중앙을 살피기로 했다.

다시 돌고래 점프가 보고 싶어서 캐디스로 훅을 갈았다.

사실 다양한 훅 테스트도 요즘은 시들하고, 해치를 통해서 매치가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의 매치는 성의껏 매고, 제대로 된 훅을 써 주고,

철저히 계산된 최소한의 프리젠테이션으로 고기와 승부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새로운 훅 테스트 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지만,

요즘은 어차피 고기가 물고 안 물고 하는 타잉 포인트는 정해져 있다고 느끼다 보니

해치에 맞춘 매치 훅을 제외한 나머지 훅들은 답이 뻔해 보인다.

물론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닐테고 답을 아는 척하는 게으른 낚시꾼의 변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해치를 맞춘 매치를 하자면 계곡마다의 플라이낚시 기록을 다시 써야 할 형편이니

나같은 먹고 살기 바쁜 조그만 낚시꾼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해치의 폭을 단순화 시키고 좁혀서 기본 정답 훅 박스를 지니고 있다가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마저 부지런히 준비해서 내년 봄부터나 시도해볼까나....-_-;

다시 돌아가서 큰 바위의 앞쪽을 노리기로 하고 약간 뒤쪽 물가에 서서,

공중에서 약간의 조작을 해서 훅이 선행하도록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첫번째 프리젠테이션에서 꽤 큰 돌고래 점프가 훅을 스치고 지나간다. 눈치챘나?

계속 이어진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마 살아 온 길이 만큼 영리한 녀석이겠지.

훅을 바꿔서 녀석을 속일까 아니면 티펫을 갈아 볼까?

물은 적당히 흐르고 표면은 충분히 교란되어 있는데다가 일단 한번 속아 올라왔으니

훅을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벌써 여러번 훅을 바꿔 매느라 길이가 좀 짧아 보이는 티펫을 갈기로 했다. 추가로 티펫에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아마도 수면에서 티펫을 봤거나 닿았겠지.

6X에서 한 뼘 정도만 남기고 끊어낸 후, 3ft의 7X를 덧댄 후, 티펫 끝에 싱크액을 발라서 확실히 숨겼다.

이제야 제대로 승부하는 맛이 난다.

두번째의 제대로 된 프리젠테이션,

훅이 흘러 들어간다....

바위 앞에서 아까 그 녀석이 다시 올라와 훅을 덮친다.

수심이 못되도 1.5M는 더 될텐데 가짜 바늘 물러 바닥에서 올라 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다.

특이하게 수면 위로 차고 오르며 바늘털이하는 녀석을 7X로 겨우겨우 달래서 끌고 왔다.

수면 위에서 길게 누운 녀석은 눈을 흘기며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말은 없지만 아마도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이러지 않았을까?

" 플라이 낚시꾼 즐!!, 가짜 미끼니까 무효!! "

가볍게 " 반사 " 라고 외쳐주고 있던 자리로 돌려 보냈다.

 

이것으로 여기서는 왠만큼 만족되었고,

긴 런 앞에 물이 떨어지는 소의 앞 부분을 탐색해 보았다.

수심 깊은 공기방울이 올라오는 좌우에서는 쉽지 않다.

내가 수심을 이기지 못하는 탓인지, 아예 녀석들이 없기 때문인지 드라이나 웨트 훅에서도 대부분 갈견이들 차지다.

다시 눈을 돌려 직벽 쪽을 찾았다. 다양한 시기에서도 직벽은 고기들에게 큰 매력을 준다.

특히 긴 녀석들일 수록 더욱 더,,

 

해가 들지 않는 직벽이라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는 인기가 없을 것 같지만,

제법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데다가 수심도 꽤 좋고,

직벽 옆에 본류와의 물줄기를 가르는 큰 바위가 있어 지류 이지만,

물이 제법 잘 모였다 흩어져서 밥 먹기에도 좋아 보인다.

게다가 양쪽으로 바위 은신처이니 수온만 상관없다면 확실한 포인트이다.

아니나 다를까, 탐색을 위해서 아랫부분부터 훅을 보내자

여러 녀석들이 연속해서 훅을 공격해 온다.

조금씩 더 위로 프리젠테이션 위치를 올리자,

오늘 본 중에 제일 큰 돌고래 점프를 보여 준다. 그러나 아까처럼 훅을 스치고는 끝이다.

여러모로 고민해봤지만, 8X로 바꾸기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고,

훅을 바꾸기에도 그렇고 저 수심과 물 흐름에 훅을 가라 앉히자니 무거운 님프채비를 쓰자면

너무 풍덩거릴 것 같다.

아까 그 큰 바위 덕분에 1M 정도의 좁은 수로가 포인트다 보니까

웨트로 상류 스윙을 하기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직벽이라 지금 서있는 발판을 빼고는 깊은 수심이라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다.

폭이 넓고 깊은 곳이라 반대쪽에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동안의 프리젠테이션을 살펴보니 먼 거리다 보니까

라인을 세게 던져 넣는 데 급급해서 리더가 일직선으로 펴지고 아랫쪽의 또 다른 쎈 물흐름으로

드랙이 미세하게 걸리고 있었다.

리더와 티펫은 아까의 교체로 최선을 다한 거다. 프리젠테이션을 수정해야 한다.

다시 훅을 닦아 잘 말린 뒤, 탑 슬랙라인 캐스트를 시도했다.

두번째에 제대로 된, 탑 슬랙 프리젠테이션이 먹히자, 돌고래의 점프가 반복된다.

세찬 반항이 손 끝에 전해져 온다. 오늘 하루 동안, 제일 긴 녀석이군.

시간이 좀 지나자 오히려 체념하고 점잖게 어슬렁 거리며 다가 온다.

런 지역의 녀석들이 체고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여유가 있어서 런에 붙어 있는 건가?

벨벳보다 부드러운 살갗을 살짝 즐기며 천천히 놓아 준 녀석은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일단 먼저 바로 옆에 있는 직벽 아래으로 숨었다가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상류로 올라 갔다.

잘 가라....

 

이걸로 이제 그만 접자.

저 멀리 상류에는 그럴듯한 포인트들이 다시 계속되고 있지만,

운 좋게도(고기 말고 나에게만) 오늘 괴롭힌 녀석들은 이미 충분하다.

겨울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둬야 할 녀석들인데 내가 가짜 먹이로 집적댄 녀석들은 이미 놀래서 더 여위기 쉽겠지.

그리고 나 역시 충분히 굶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니 벌써 오후 2시반이다.

 

산을 기어 오르고 계곡을 빠져나와 도로에 나서자 주차한 곳까지는 꽤 멀다.

계곡 만큼이나 아무도 없는 길을 너털너털 걷는다.

나의 하루 동안 온전히 이 넓은 계곡을 나혼자 즐겼구나...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어 보니 지쳐서 몰골이 아니지만 햇살 속에 밝게 웃는다.

비록 잡아 먹지는 않더라도 고기의 시간을 뺏어 저혼자 배부른 낚시꾼의 얼굴이다.

그래도 밉지는 않으니 우습다....-_-;

 

걷는 중에 길가에 작고 검은 귀뚜라미가 보인다.

아마도 정신없이 뛰다가 도로로 떨어 졌나 보다.

부지런히 뛰어 풀밭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도로 턱이 너무 높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차가 사람이나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그냥 두었다가는 결말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잡아서 풀밭에 다시 놔주려 했다.

그러나 녀석은 낯선 내가 못 미더운 모양이다. 계속 도망다니는 걸

지친 다리와 허리를 굽혀 열심히 시도한 끝에 겨우 다치지 않게 잡아서 풀밭으로 돌려 보냈다.

어이구 허리야....

이걸로 조금이나마 고기 괴롭힌 보상이 되었을래나?

 

조금 더 걷다 보니 비슷한 처지의 녀석이 또 보인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은 잠깐 고민하다가 피곤한 허리를 굽히지 않고 눈을 질끈 감고 못 본척 하기로 했다.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은 먼데,,

아까 고기 괴롭힌 보상 어쩌구하면서 잘난 척하던 거 취소다.....-_-;

땡볕의 딱딱하고 검은 도로 위를 벗어 나려고 끊임없이 제자리 뜀을 하는 귀뚜라미는

어쩐지 나를 닮았다....

 

간사하고도 간사한 인간의 마음....

낚시꾼은 그저 낚시꾼일 따름인가 보다.

 

미산에 가까운 쪽이라 국도를 탈까 했지만, 아직 시간이 이르니 고속도로가 낫겠지?

아까운 맑은 공기를 조금이나마 더 즐기려 창문을 활짝 열고 운두령을 맹렬히 달려 넘은 차는

의외로 고속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았다.

막히지 않는 귀가길은 보기드문 일이라 그 기회가 아까운 나는

역시 쉬지 않고 3시간 반을 부지런히 달려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도착한 집에는 오랜만에 동생이 와있다.

늘 바쁜척하는 녀석이....^^;

 

동생이 부러워 할 것을 미리 즐기며 오늘 하루의 낚시 이야기를 부지런히 들려주었으나,

실망스럽게도 녀석은 별로 내색하지 않는다....-_-;

 

역시 낚시꾼의 즐거움은 남과 나누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끼며 즐기는 것이 제일이겠지.

 

점심을 온전히 굶은 탓에

저녁식사 후에도 아이스크림 통을 옆에 끼고 오늘 잃은 열량을 부지런히 보충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그 녀석들이 나때문에 잃은 열량은 뭘로 보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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