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단순해 보이는 자연


 

나를 포함한 많은 인간들은

인간만이 최고의 지성과 정신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서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내려다 보기 좋아 한다.

 

나 또한 그러했는데, 요즘 읽는 낚시책에서 좀 색다른 의견을 보았다.

뇌의 용적이 크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높은 사고체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부피의 근육을 유지하는데 드는 에너지의

무려 22배의 에너지가 든다고 한다.

평균적인 인간 뇌의 무게가 1.3Kg이라고 할 때, 뇌의 10%만 작아져도

활동할 수 있는 근육량의 증가에 따른 몸무게가 무려 30Kg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 근육량이라면 왜소한 체격의 사람이 우람한 씨름꾼으로 변신할 수 있는 변화다.

덩치만 크고 머리가 작은 사람들을 보고 힘만 센 바보라는 놀림이

무조건 맞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조금 있다는 얘기가 되나?

 

이러한 rule은 진화에서도 엄격하게 반영되어 왔다고 한다.

낚시꾼이 상대하는 고기는 물에 살면서 한정된 자원(먹이)내에서

가장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힘찬 근육이나 후손을 위한 생식기관의 양과

환경과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지능 및 기억력을 위한 두뇌의 양을

적절한 비율에서 조절되어 온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모든 것을 욕심 내어 다 이루어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오랜 기간 동안 고기는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왔고,

그것이 지금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인간은 육체적 강인함을 포기하고, 뇌의 발달 쪽으로 선택해 왔던 것일 뿐이고.

그리고 고기들은 작은 뇌를 보완하기 위해서 생존과 섭이, 생식 등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은

유전적으로 이어져 내려 오는 본능으로 요약해서 신호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도록 효율화되었다고 한다.

그 일례로 어떤 동물들은 진화적 조상이 가졌던 뇌의 크기보다 더 작게 진화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절한 신체의 다른 기관에 투자해서,

그 삶을 간소화하며 지독한 생존경쟁과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고기의 전체 크기가 작고, 뇌는 사람보다 더 작다고,

그리고 지능이나 사고체계, 기억력의 한계가 인간에 비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이

생존이나 삶의 내용에 대해서 무작정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들과 인간은 진화하고 발전해 온 방향이 약간 다른 것 뿐이다.

물속이라는 처해진 상황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살아 남은 고기들.

사람 속에서도 문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 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 금전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듯이

선택한 분야가 다른 것 뿐이다.

물론 그 분야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하는 일은 소유한 주체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일테고,,,

 

한발 더 나가서 뇌의 크기와 그 영혼의 깊이나 맑음 역시 비례한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닐까?

간혹 선천적인 유전 이상으로 뇌의 발달이 더딘 장애인들의 영혼이

흔한 일반인 보다 맑아 보이는 일이 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다시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인간이 자연을 과다하게 소비하면서 일종의 비정상적인(?) 신체상황을 유지해 온 덕분에

망가지는 자연과 소멸해 가는 에너지원들을 바라 보며 그리 멀지 않은 자괴(自壞)를 떠올리는 반면에

자연과 환경에 순응하며 어울리는 삶을 갖는 고기들은 인간이라는 오류에 대한 걱정을 제외하면

꽤나 유유자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보기엔 아무 생각 없고 단순한 자연과 고기들이지만,

그 속은 더 많은 깊이와 차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는 낚시꾼이었던 나도 

이제는 녀석들의 simple한 삶이 약간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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