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치즈케익을 구우며,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요리가 내 취미가 되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서 치즈케익을 굽는다.

 

제대하고 복학한 후부터 어머님께서는 내게 밥상을 차려주시는 일이 쑥 줄었다.

마침 자식들이 다 자란 후다 보니, 그동안 미루셨던 대외활동(집필)이 잦으셨고,

동생은 군대 간데다가 누님 역시 바쁘셨고,

끼니 때가 되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 당연했다.

내가 어릴 때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큰일 날 듯이 하시던 어머님께서

어느날 갑자기 "이젠 다 컸으니 앞으로 니 껀 니가 알아서 챙겨 먹어라" 라며 던지신 최후통첩은

한 끼 굶으면 죽는 줄 알았던 어린 나에겐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물론 운동하면서 한참 먹어대던 시절이라 그냥 손가락 빨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고,

자취(?)요리의 기본인 라면부터 시작해서 볶음밥에 이어지는 기본기를 자연스럽게 익혀갔다.

그렇게 시작한 생존요리가 십 수 년에 이르면서

이상하게 재미가 붙었다.

게다가 결혼 후 거의  5년 동안 늘 아내가 퇴근이 늦었던 사정상,

거의 내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게 되면서 본격 생활요리로 발전되어 갔고,

나 역시 뭔가 새로운 걸 해보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늘 이것저것 재료로 새로운 맛을 실험 해보는 맛에 요리가 재밌어 졌다.

물론 생존요리 차원에서 시작한 거라 절대 대단한 실력은 아니고,

배고프면 두 눈 질끈 감고 먹어지는 정도다.

이 지면을 빌어서, 그동안 본의 아니게 피실험자 역할을 하며,

식사 때마다 두 눈 질끈 감으며 먹어준 아내와 딸아이에게 감사....-_-;

 

최근에는 아내의 퇴직으로 나 역시 생활요리계에서 은퇴했다.

그러다 보니 주요리 중심으로 집중하느라 미뤄뒀던

디져트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마침 집에 오븐이 있어서 케익 쪽에 실험을 해보고 있다.

; 요리라기 보다는 늘 실험에 가깝다....-_-;

그 중에서도 흔한 것 말고, 일반 빵집에서는 구하기 힘든 치즈케익 쪽으로 요즘은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아내도 나도 치즈케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해서

부부가 함께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치즈케익 전문점이 아니고서는, 일반 빵집에서의 치즈케익은 치즈 향만 살짝나는 가벼운 케익이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레시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진한 맛과 풍부한 질감을 갖는 뉴욕스타일의 오리지날 치즈케익을 구워 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미국 현지 cook-book이 필요해서 이미 몇 권을 구해서 실험 중이다.

 

오리지날 레시피로 시작했을 때는 전문점에 상당히 근접한 모양의 치즈케익이 나왔지만,

그런데, 조금씩 응용을 해보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치즈케익의 가장 큰 고질거리인 표면에 금이 가는 crack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치즈케익을 오븐에 구우면 약간 부풀어 올랐다가 식으면서 수축 현상이 일어나는데,

표면이 먼저 굳으면서 crack 이 생기게 된다.

인터넷을 동원해가며 수십가지의 carck 방지법을 열심히 찾아 냈고

중탕을 하고, 거품을 빼고, 기타 등등 웬만한 방지법을 다 써가며 다시 치즈케익을 구웠지만,

crack의 깊이와 크기만 줄었을 뿐, 다시 생겨났다.

혼란 속에 다시 웹서핑을 통해서 답을 찾다가 오아시스같은 해답이 있었으니

그것은 아래와 같았다.

 

"치즈케익의 crack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crack 역시 각각의 치즈케익이 갖는 고유한 character 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구워낸 치즈케익들이 갖는 맛과 향기 그리고 질감과 같은 내용보다,

어떻게 하면 업소용과 같은 겉보기 멋진 케익을 만들어 내는 가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crack이 좀 있으면 어떤가? 그 crack 역시 치즈케익마다 갖는 지문과 같은 또다른 멋이다.

 

이 칸이 낚시 이야기이다 보니 낚시 이야기로 끼워 맞춰 보자...^^;

나 역시 플라이 캐스트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연습하면서

겉보기에 crack 이 없는 멋진 캐스트를 해내는 데만 집중하였다.

루프가 적당히 꺽이면 어떻고, 옆으로 기울면 어떤가?

그것 역시 각 캐스터의 character 로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정작 캐스트의 본질은 겉보기의 멋들어짐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역시 멋져야 한다.

 

훅과 라인 착지의 맛, 훅이 그리는 궤적의 맛,

낚시기법에 맞는 리더와 티펫의 적절한 조화와 움직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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