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 중에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 줍시다."

"자연은 후손에게 잠시 빌린 겁니다. 깨끗하게 쓰고 돌려 줍시다"

라는 말들이 있다.

근데 가만히 보자, 자연이 내껀가? 물려주게? 그렇다면 후손들 껀가? 내게 빌려주게?

아마 내꺼인 것처럼 생각하고 아끼라는 좋은 뜻이겠지만 난 다르게 얘기하고 싶다.

자연 덕에 사는 걸 감지덕지하고 살라고....

자연이 파괴되면 결국 인간도 못 살고, 어쩌구하는 긴 설명은 않겠다.

그보다 다른 녀석들과도 나눠 가면서 살라고 하고 싶다.

물짐승, 땅짐승, 날짐승, 나무, 풀, 돌하나, 그리고 파리, 모기, 바퀴벌레, 구더기 한마리까지....

그런 우리가 모여서 자연이 되는 게 아닌가?

자연은 우리 인간들께 아니고 자연 그대로 있는 거고,

세들어 사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고, 다들 주인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얹혀 사는 셋방 식구들끼리 혹은 주인 식구들끼리 싸우지 말고 서로 양보하면서 살라고.....

우리 후손들에게도 그걸 알려주고 싶다.

아.... 내게도 후손이 생겼다.

작년에 낳은 청경(靑鯨)이...... (아, 내가 낳은 건 아니다. 쪼금 도왔을 뿐.... -_-;)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푸른 고래이다.

누가 낚시꾼 아니랄까봐, 애 이름까지 고기 이름으로 지었냐고 힐책할지도 모르겠다. 하하.....

이 딸아이의 이름은 단순하게 내가 지었고 그건 애기 엄마의 태몽 때문이었다.

아내는 바다에서 갑자기 왠 큰 고래가 나타나서

나와 아내의 손을 꼭꼭 물고 사라지는 태몽을 꾸었다.

나도 태몽을 꾸긴 꾸었다. 좀 황당하지만.....

한날 꿈에, 강가에서 낚시구경을 하는 데,

웬 플라이 낚시꾼이 무지막지하게 큰 낚시대에 오리 한마리 털을 다 이용해서 만든

오리 모양을 한 가짜미끼(플라이)를 달아서 휘익~ 강에 드리웠다.

내려다 보니 저 멀리 5~6M는 되어 보임직한 큰 고기 그림자가 슬그머니 다가왔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오리 플라이를 물자 장정 십여명이 물에 들어가 고기를 짊어매고

나왔다. 그리고 그 고기를 큰 건물 지하에 가뒀는데 내가 보러 갔다가 그 고기가 어여쁜 아가씨로

변해서 나의 팔짱을 끼고 도망나오는 그런 황당한 꿈이었다.

정말 절묘한 태몽이다. 아비의 마음을 이렇게 알고 특이하게 꿈에 나타나다니....

처음 애를 가졌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아들이냐 딸이냐? 아들이면 뭐 시키구, 딸이면 뭐 시키냐?

나는 태몽 탓에 딸일 줄 알았지만,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아들이면 플라이 낚시를 가르치고 딸이면 플라이 낚시를 가르칠 거라고....

"에게 그게 그거잖아! 결국 낚시꾼 만들려고?" 라는 대답을 항상 들었다.

난 낚시꾼보다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걸 알려주고 싶다.

어차피 그 녀석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겠지만

매일 볼 수 있는 석양의 아름다움, 겨울을 나는 새싹의 멋짐,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나무의 진심

등을 자주 보여주면 되겠지....

잠을 방해하고 앵앵거리는 모기, 방 한쪽 구석에 그물을 치는 거미, 퍼세식 변소 속의 구더기

등도 알고 보면 귀여운 녀석들이라는 걸 자주 일깨워주면 되리라고 생각한다.

임신 중에는 생명을 해치거나 해꼬지하는 등의 살생을 금하라는 얘기가 있어서

낚시를 피하는 게 보통이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기를 죽이지 않는 낚시라는 오만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난 믿는 게 있었다

난 벌써 태교로 이 녀석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일부러 엄마를 통해 야생송어의 손맛을 느끼게 해줬었다.

다른 생명의 떨림.....

그걸 아는 이 녀석은 생명을 사랑하리라.

그리고 그걸 담고 있는 자연을 사랑하리라.

마침내 그 속에서 그걸 즐기며 즐겁게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