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쉬게 되어서 샛강에 나갔다.

Spey 캐스트 연습을 안 한지도 좀 된 것 같고 해서 Spey 대를 들고 나갔다.

 

텅빈 샛강에서 한 시간쯤 연습을 했을래나?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로드의 앞부분이 저만치 날아가서 물 위에 떨어졌다.

캐스트 중에 하중을 못 이기고 로드의 중간 쯤이 부러진 것이다.

 

'어, 또 부러졌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주섬주섬 라인을 당겨서 로드를 건져냈다.

벌써 3번째 부러뜨리는 Spey 대이기 때문에 이번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제는 덤덤해 진 것이다.

웬일로 이렇게 일찍 돌아왔냐고 묻는 아내에게 연습하다 대를 부러뜨렸다고 담담히 말하니

듣는 아내가 더 놀랜다.

 

지금 내가 쓰는 Spey 로드는 꽂기식 민물대 블랭크로 만든 4절 자작대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Spey 낚시를 하기에는 적합한 어종이 드물기 때문에

13피트반의 길이에 7번 라인이 적합하도록 일부러 새로 만들었었다.

게다가 기성품 로드는 Spey 용이라기 보다는 Double-hand 캐스트용의 뻣뻣한 로드가

대부분이라서 낭창이는 전통적인 대를 만들기 위해서

중층용 민물대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라 소재가 되는 블랭크 대가 좀 무른 편이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Traditional Spey 캐스트 법을 몰라서

몇 달 쓰지 않아서 금방 부러졌으나, 이제는 방법을 좀 알게 되어서

1년 넘도록 곱게 잘 써온 것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부러져 버렸다.

아마로 누적된 피로하중 때문이었겠지.

소재가 굳어지는 한 겨울의 캐스트 연습은 아무래도 위험이 좀 따른다.

 

자작대 중에는 제일 많은 비용도 들고 신경도 많이 썼던 대라서

애착도 많이 가고, 부러질 때마다 열심히 새로 블랭크를 구해서 고쳐서 써왔지만

이젠 좀 마음이 풀려 버렸다.

 

'그래 그 정도면 녀석도 최선을 다한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새로 또 부품을 구하면 고쳐 쓸 수 있겠지만,

이제 그 정도면 충분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은 쉬게 해주어야지.

처음 Spey 캐스트를 익히게 해준 만큼 녀석의 임무는 충분하였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기성품 로드를 하나 새로 구해야 겠다.

아무런 노고도 없이, 그저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다른 녀석을 만날 수 있겠지만,

다음 녀석을 제대로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바로 첫 자작대 덕분이겠지.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데 몇 년 전만해도 연습 중에 대를 부러뜨리기라도 하면 한동안 뒤숭숭하고,

며칠 동안 마음이 불안하던 것이 이제는 우습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것도 가장 귀하고 아끼던 로드였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바로 세월의 모습이고,

또 다른 모습의 낚시가 익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 본다.

 

낚시를 쌓아 올리던 장비가 망가져도 덤덤하다면,

지친 이마의 땀 닦아 주는 고기 놓치는 정도야 무슨 대수랴,

비록 그것이 꿈에 그리는 대물이라고 하더라도,,

 

만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낚시 할 수 있는 그 날도

꽤 재밌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만사가 아무렇지도 않다면 좀 심심하겠지.

예를 들어 오래 전의 옛 연인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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