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자신만의 느낌


 

지난 일요일 오전, 아내와 아이가 교회 가는 틈을 타서

난 영화관을 다녀왔다.

물론 사전 허락은 받아 내었다...-_-;

 

영화가 전쟁영화라 좀 요란할 것으로 짐작되어서 아이를 데려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만 다녀왔던 것이다.

아이는 전쟁영화라고 해도 집에서도 곧잘 봐왔지만 잔인한 장면을 많이 보다 보니

상상력에 엉뚱한 쪽으로 뛰어 나는 안 좋은 점이 있는 듯해서

최근에는 일부러 좀 멀리 해주고 싶었다.

혼자 가는 것은 좀 미안스런 일이긴 하지만,

내가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아는 아내는 늘 그렇듯 너그럽게 이해해 준다.

 

가급적이면 나중에 DVD나 VTR을 통해서 온 가족이 함께 접하지만,

극장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은 영화나 집에서 함께 보기 어려운 영화(잔인 혹은 아내의 취향에 맞지 않는)들은

조용히 혼자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

변명을 좀 더 하자면, 아이들 영화는 일부러 챙겨서 꼭 아이도 함께 데리고 가는 편이다....^^;

 

그리고, 혼자 가서 보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전에도 한번 했고,

내게는 이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염려 말자.

 

휴일의 조조상영을 선택한 영화는 최근 개봉작인 '태극기 휘날리며' 였다.

줄거리는 생략하고, 어쩔 수 없이 6 25사변에 참전하게 된 두 형제의 이야기다.

냉정한 시각으로 조여 보자면 적당히 잘 조합된 대규모 상업영화이며 시기적절한

그리고 시도된 적이 없는 6 25사변을 소재로 한 좋은 의도의 잘 만든 영화이다.

물론, 흔히 비평가들이 찾는 예술성과 작품성 이런 쪽으로는 꼬치꼬치 따지자면

어딘가 모자란 점도 있을 그런 영화이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 볼 때는 무척 재밌게 본 영화였다.

한국인의 감성을 충분히 만져 주는 데다가 사람의 궁극적인 모습이 들어 있는 전쟁물을 늘 예의주시하는

영화 애호가로서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영화에 빠져들어 2시간반 가까운 시간을 전혀 아깝지 않게 보냈다.

마치 하루의 푸짐한 낚시를 다녀온 것만큼...

 

집에 돌아와서 자주 들리는 영화관련 웹사이트를 뒤지며, 감상평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 관람 전에는 일부러 감상평을 피한다든지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영화는 별로 정보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시사회 평도 읽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보고 왔었다. 그게 오히려 나만의 느낌을 느끼기에는 좋다.

웹 공간에서의 평은 일단 좋다라는 것이 우세한 편이긴 했지만,

혹평도 만만치 않았다. 물량공세의 헐리웃 베끼기 라는 둥, 지나친 핸드헬드 카메라의 흔들기 씬 난무와

같은 겉모습 뿐만 아니라 소재에 대한 부분, 전체 흐름에 대한 부분 등

비판을 위한 비판 뿐만 아니라, 세밀하고 의외의 비평도 많이 있었다.

 

나 역시 혹평이 가져다 주는 다양한 시각과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성의 요건으로

절대적 환영하고 수용하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머리에서 나오는 것들이고,

정작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바로

온몸으로 느끼는 본인의 느낌이 아닐까?

혼자서 온전하게 느끼는 그 느낌이야 말로 자신이 화자가 되어서 사물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타자의 이야기는 참고하고 귀담아 들어볼 수 있는 것일 뿐

자신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자신의 목소리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타자의 목소리에 휩쓸려 보내는 어리석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 자신의 목소리는 남들이 보기엔 촌스러울 수도 있고, 속물적일 수도 있고,

엉뚱할 수도 있고,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목소리 아닌가?

 

이는 바로 낚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낚시에 대한 자신의 느낌, 조행에 대한 자신의 느낌,

고기에 대한 자신의 느낌, 캐스트에 대한 자신의 느낌, 때로는 다른 낚시꾼에 대한 느낌까지 포함한다.

바로 자신의 느낌으로 온전한 자신의 낚시를 해보자.

 

자신의 목소리를 모르고 자신의 느낌을 모르는 낚시꾼의

여전히 남의 낚시를 흉내낼 뿐이다.

 

삶 또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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