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     늦은 새해 인사


 

낚시꾼에게는 늦은 새해 인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고기가 전해오는 그 해의 첫번째 인사이다.

그리고 그 인사가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낚시꾼의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 휴일엔 샛강을 갔다.

부러진 것을 대신해서 새로 구한 Spey 로드의 테스트 삼아 나가 보았다.

강바람은 여전히 몸을 움츠려 들게 하지만

한낮의 눈부신 볕은 이미 봄 기운을 느끼게 한다.

 

새로운 낚시대의 테스트를 하는 통에 온 수면을 세차게 흔들어 놓고 있다.

여러 번의 캐스트가 반복되는 중간에

갑자기 바로 앞의 수면 위로 무언가가 나타난다.

그것은 한 마리 누치였다. 올해 처음 보는 한강에서의 움직임,

마치 돌고래가 고개를 물 밖으로 내놓고 수면 위를 빙글 빙글 돌듯이,

얼굴을 내밀고는 몸통을 돌려서 나 있는 쪽을 살피며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물 속으로 들어 간다.

그것도 또 한 번 더, 두 번을 그렇게 하고는 잠잠하다.

보통의 누치는 그렇게 라이즈하지 않는다.

누치의 수면 라이즈는 재빨라서 무언가 물 밖으로 솟구친다고 느끼는 순간,

어종의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에 수면아래로 사라진다.

시끄러운 수면이 궁금하여 살피러 올라 온 것인가?

 

잠자코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낚시꾼에 대한 한강의 새해 인사였던 것이다.

난 늘 이른 봄에는 샛강에서 캐스트 연습을 하고 있는 통에,

늘 고기와 나누는 새해 인사는 샛강에서 해왔던 것 같다.

언젠가는 2월말에 첫 강준치를 깊은 물속에서 만났던 적도 있고,

따땃한 한낮의 햇살 속에 물가를 어슬렁대는 잉어 무리와 만났던 기억도 있다.

매년 초 처음 한강에서 움직이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나에겐 고기와 나누는 첫 새해인사로 여겨 왔었다.

그런데 올해는 특별히 유별난 모습으로 나와 눈까지 맞추고 가는 걸 보니

이제 나도 샛강의 외인 식구로 받아들여 주는 것인가?

내심 흐뭇....^^;

 

그러나 이런 생각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서야 찬찬히 떠올린 것이고,

물가에서의 나는 그들과 다름없는 여전히 한 마리 낚시꾼이었다.

살아가는 녀석들처럼, 고기 낚기를 즐기는 한 마리 낚시꾼인 나는

올해 처음 보는 그 녀석을 꼬여 볼 것이라고 훅을 갈아 끼고는

열심히 녀석이 출몰한 지역의 바닥을 훑었던 것이다.

잠시 후, 재정신이 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유 없는 나 자신이 몹시 섭섭하였다.

새해인사라고 느꼈다면 환한 웃음으로 손 흔들며 그냥 받아 줄 수는 없었는지,,

 

그래서 낚시꾼은 낚시꾼이고, 고기는 고기인지,

인간은 인간이고, 자연은 그냥 그렇게 자연인 것인지....

 

어쨌거나 다시 또 그렇게 낚시꾼의 한 해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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