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     맛있는 낚시


 

집의 딸아이는 늘 밥 먹을 때마다 사는 게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식사량이 적다보니 엄마나 나나 잔소리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라.

밥 먹다가 뭐하니.

꼭꼭 씹어 삼켜야지.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먹는 거니....

 

요즘 아이들은 비만이 많기도 하지만, 밥 안 먹는 아이들도 오히려 많은 편이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나 보다.

 

밥을 좀 제대로 먹여 보려고,

밥 먹을 땐 TV도 안보고, 반찬도 다르게 해보고, 

어르기도 하고, 야단도 쳐 보고, 제때 안 먹으면 적당히 굶겨도 봤지만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집사람의 소원이 아이가 밥 한번 많이 먹는 거 보는 게 될 지경이니...

 

나 역시 고민고민을 하다가 이젠 포기하고,

그냥 내버려 두마 작정하였다가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많이 먹지 말고, 맛있게 먹어라."

요즘 딸아이에게 밥먹을 때마다 하는 말이다.

절대로 많이 먹지 말고 맛있게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

한 숫가락만을 먹더라도 맛있게 먹도록 해서 입맛을 살리고

밥 먹는 재미를 들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나 역시 낚시 갈 일이 대폭 줄었다.

일 때문에 합숙으로 일주일을 지내고 오니, 주말엔 지쳐서 쉬기 바쁘다.

한참 좋은 봄 시절을 다 보내고 있다.

속으로는 솟증을 삭히고 있지만, 

아까 그 "많이 먹지 말고 맛있게 먹어라." 되 내어 보니

대충 수습은 된다.

 

비록 다양하고 많은 곳을 다닐 수 없는 처지이지만,

없는 짬을 쪼개서 샛강을 어쩌다 한번 나가더라도, 

그 순간을 맛있게 즐기는 것이 취미 낚시꾼으로서 자세가 아닐까?

하고 혼자 위로해 본다...-_-;

 

낚시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재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재밌게란 낚시꾼의 몫인데 쉽지는 않은 문제다.

 

맛있게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맛있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멋진 기술의 요리사와 귀하고 값비싼 재료로 풍부하고 진한 맛을 내는

고급 요리 같은 것들이 맛있다란 의미를 가득 채우고 있나?

그렇지는 않다.

 

스스로 요리를 즐기고 먹는 것을 즐기는 밥도둑의 자격으로 생각해 보면,

맛은 요리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먹는 자가 느끼는 것이었다.

 

산해진미가 아니더라도 거칠고 거친 꽁보리밥에 나물 몇 조각 비빈 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또 다른 맛을 전해 주듯이,

맛은 먹는 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낚시 역시 마찬가지다.

객체와 수단의 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낚시꾼 스스로가 느낄 수 있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타는 갈증 속에 마시는 그저 한 모금의 물과 같이.

단 한번의 캐스트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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