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검은 욕심 흰 욕심


 

얼마 전에 집안에 새로 어항을 하나 놓았다.

대략 한달 뜸 되었나 보다.

 

우연히 샛강에서 치어 한 마리를 궁금해서 데려 온 후,

뭔지 알 때까지 키워본다고 시작한 게

석자짜리 수족관을 꾸미게 되었다.

 

틈나는 대로 샛강을 뒤져서, 각시붕어와 참붕어, 밀어 등을 데려왔고,

모두 치어들이다 보니, 웬지 수족관이 비어 보이기 시작했다.

멀쩡한 고기들 잡아다 가둬두는 것도 모자라서

결국은 민물고기를 파는 곳에 주문해서 버들붕어와 송사리를 또 구해다 담았다.

그런데 이게 또 고기들이 많아져서 뒤섞이다 보니까

오히려 보기가 싫어졌다.  간사하기는....

 

여백이 없는 수조는 도시의 그것을 보는 듯 도무지 흥취가 나지 않는다.

일단 한강 녀석들만 두고, 나머지 애들은 모두 방출하기로 했다.

우선은 달라는 이웃이 있어서 비닐봉지에 물을 붓고 뜰채로 한 마리씩

송사리를 뜨기 시작했다.

처음 생각은 모두 다 떠 내줄 요량이었는데,

수족관 앞에 서서 지켜보는 딸아이는 못내 아쉬운 듯 소리를 지른다.

"아빠, 한 마리만 더 주고 이제 그만 해요!"

한 귀로 흘려 듣고 두어 마리를 더 꺼내 담자,

지켜보던 딸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으 아앙~"

 

결국은 서너 마리를 남기고 뜰채질을 멈추었다.

참, 서럽게도 운다.

어디 넘어져서 호되게 무르팍이라도 찧은 듯한 울음이다.

글썽이는 눈물 속에는 정말 티끌 하나 없는 딸아이의 순수한 욕심이 반짝인다.

앞뒤 잴 것 없이 그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뿐이다.

 

단지 자기집 수족관 좀 더 보기 좋게 꾸밀 생각에서 생명들을 마구 휘둘리는,

그러면서도 오히려 남에게 인심 쓰는 듯 젠체하는

나의 시커먼 마음이 오히려 욕심이다.

 

굳이 따지자면 검은 욕심과 흰 욕심 쯤 될까?

 

생활에서 그렇듯이 낚시꾼에게도 검은 욕심과 흰 욕심이 있다.

길게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둘을 나누는 지평선은 동기의 순수성일 것이다.

 

고기를 놓아주든, 먹어 치우든

맑은 물을 밟든, 탁한 물을 일렁이든...

 

물론 결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최선의 결과를 찾는 것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결과를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되새기면

일단 사람은 동기에 집중하고 동기에 최선을 다해야 겠지.

 

그리고 서로가 결과를 섣불리 읽기 전에 서로의 동기를 짐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낚시꾼 아닌가?

 

수족관을 새로 시작하면서 낚시 덜 다녀 고기 덜 괴롭히나 보다 했더니,

왠 걸 검은 욕심만 늘어나니 오히려 걱정이다.

 

둘 중 하나만 해도 빨리 죽기엔 충분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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