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오랜 만에 다녀오는 낚시에서


 

어제 일요일은 이제는 정이 제법 쌓인, 모 클럽의 초청으로 조금 멀리 낚시를 다녀왔다.

한 동안 일 때문에 바쁜척하느라 출조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제대로 된 낚시를 4개월 만에 하게 되었다.

 

전날 미리 짐도 싸고, 바늘도 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행과 만나고 멀리 이동한 후, 하루를 온전히 즐기는 낚시

그게 바로 우리 같은 낚시꾼이 생각하는 보통의 정상적인 낚시이었던 것 같다.

 

하루의 낚시를 모두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귀가하는 길,

집으로 향한 전철 막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에 서 있자니,

이것 저것 눈에 들어 온다.

 

12시가 넘었으니 이젠 월요일 새벽인데, 막차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있다.

월요일의 부담을 떨쳐 버리고 알차고 넘치게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있군.

나 역시 오래 만에 그 무리에 끼어 보았다.

 

몸은 꽤나 무겁고, 흙 묻고 땀에 찌든 셔츠에, 졸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이상하리 만큼 편안하고 푸근하다.

알 수 없는 만족감에 가득찬 나는 무슨 마약에 취해 있는 듯....

제대로 된 낚시꾼의 귀가 길에도 옥시토신과 엔돌핀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마음 한 구석에서 피어 오르는 미소와 함께 떠오르는 대사는

의미 심장하게도

'나도 이제 정상상태가 되었구나'  였다.

낚시가 없었던 불과 수개월 동안의 삶이 공백으로 느껴지고,

비정상적인 삶으로 인식되는 것은 낚시가 내게 장난이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심각한 vital sign 이다.

그래도 그게 바로 낚시꾼다운 제대로 된 심장 박동에, 호흡이 아닌가?


물론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오랜만에 피곤했던지, 월요일 아침 출근 준비 중에 소파에서 잠시 졸았다가,

통근버스를 놓치고, 택시와 전철, 택시를 갈아타며 부랴부랴 달려와서는

몇 분을 지각했다...-_-;

; 개인적으로 신입사원 때 이상한 Training 덕분에 일년에 한 두번 지각할까 말까 하는 수준임.

 

하지만 평생 남아 있을 제대로 된 낚시의 추억을 위해서라면

몇 분의 쪽팔림 정도는 뭐....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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