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오랜 만의 샛강


 

오랜 만에 나간 샛강,

약 4주전 샛강 뚝방에서 미끄러지면서 샛강용 훅박스를 잃어버린 후,

처음 나가는 샛강이다.

누군가 주워서 잘 쓰시고 계실려나?

플라이 낚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물때를 적당히 맞춰 가려고 했지만, 평생에 불치병인 게으름 때문에

읽던 책을 꾸역꾸역 더 읽고는 밤 늦게서야 집을 나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샛강을 걷는다.

저 멀리 보이는 샛강은 뚝방은 곧 착륙할 비행기를 맞는 야간 공항처럼,

릴낚시 끝의 케미들이 나란히 밤하늘을 밝힌다.

 

다행히 수로는 비어 있다. 릴낚시대의 낚시줄 방향을 살펴 공간을 확인하고 채비를 맨다.

그러나 샛강 훅박스는 없고, 무얼 쓴다...?

훅도 없이 샛강을 나서는 나도 웃기지만, 아무거나 맬 생각을 하는 나는 스스로 가상하다.

또 게으른 탓에 가끔 쓰고 난 훅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손에 잡히는 가까운 훅 통에 넣어 두는 경우가 있다.

혹시나 해서 님프 훅통을 뒤진다.

이놈 저놈이 있지만, 결국 찾아낸 건 그나마 익숙한 낡은 이노무 스트리머 12번이었다.

기억 난다. 아주 오래 전에 두 어번 고기를 걸고는 이빨에 한 쪽 윙이 떨어져 나간 바보 스트리머.

도대체가 고기를 잡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성의가 없다.

이걸로 어떤 고기가 속아 올지 모르겠다는 허탈도 있지만,

어둠 속의 여름밤이니 움직임만으르도 고기가 있다면 속일 수 있을거란 호기심도 생긴다.

 

간조가 한시간 쯤 지나 물은 이미 흘러내린 상황이라 수로는 느려져 버렸지만,

일단은 가장 빠른 물 흐름을 찾아서 찬찬히 훑어 보았다.

서너번의 다른 캐스트로 흐름을 바꿔서 훅을 흘려 당겨 보니 제법 쎈 느낌의 "툭" 이 걸린다.

 

'녀석이다!'

 

순응하는 듯, 고개를 약간 드는 듯하더니 수면을 올라온 녀석은 처박으며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엇' 살짝 놀란 나는, 그리 부드러운 대로 아니건만 다른 한 손으로 낚시대의 허리를 받쳐들며 저항을 더한다.

낡고 몇 번의 윈드노트를 풀어 낸 1호줄 티펫이 질러내는 비명이 로드와 라인을 함께 거머 쥔 왼손 검지를 통해 전해온다.

'방금 전 지나간 강도에서 조금만 더 세게 당겨진다면 바로 끊기겠군'

늘 같은 티펫라인을 쓰다 보니, 이젠 범위를 대략 손으로 외우고 있다.

다가온 녀석은 나를 본 후 다시 대끝을 물속으로 끌고 가며 강하게 저항한다.

겨우 겨우 바늘을 쥐었지만 녀석이 온 몸을 뒤트는 통에 바늘을 놓쳤다.

뒤틀며 저항할 때 바늘을 너무 꽉 쥐고 있으면 녀석들의 입이 망가지는 것을 알기에 너무 꽉 쥘 순 없었다.

달래고 달래 다시 바늘을 쥔 나는 겨우 바늘을 뽑아 줄 수 있었다.

'어라, 이 길이에 이 저항은 어울리지 않는데...?'

한 여름밤의 녀석치고는 저항이 거세다. 물이 식은 가을밤의 대물이나 해낼 수 있는 건데,

'오랜만의 인사 치고는 거칠군. 게다가 이런 바보 훅에....'

 

다시 훅통을 뒤져서 아무거나 비슷한 훅을 찾아 매고는 깔다구를 노렸다.

올해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깔다구,  물길을 바꿔가며 찬찬히 흘려 보았지만,

전혀 소식이 없다.

아무거나 낚시의 전적은 대략 1:1

오늘따라 고기가 귀하니 혹시 걸게되 면 버리지 말고 넘겨주면 고맙겠다는 릴 낚시꾼의

간곡한 부탁에 다소 난감해진 나는 pace를 잃고 대충 흑을 던지다 접고 나왔다.

 

이상하게 샛강은 돌아 오는 길을 더욱 서둘게 된다.

차도 빨리 몰게 되고, 돌아오는 길의 발걸음도 빨라 진다.

그건 아마, 낚시와 생활을 분명히 선 긋는 온전히 하루를 다 쓰는 공식 출조가 아닌,

한 쪽 발은 여전히 생활 속에 담근 채, 머리 속에 찌든 때와 가슴의 숯검댕은 그냥 둔 채,

팔만 휘둘러 물을 그리기 때문일게다.

다시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생활을 잊지 않으면서 낚시를 하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생활낚시 쯤 되는 게 아닐까?

절대 못잊을 것들을 잊는 체하며, 낚시터에서 별천지 도원경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보단 낫겠다.

게다가 날개 한 짝이 떨어진 바보 스트리머나 돌 틈에서 줏은 너덜거리는 돌대가리 같은 훅과 함께라면

한 여름에 이마를 타고 흘러 내린 짠 맛같은 낚시 일게다.

 

최선을 다하는 낚시도 중요하겠지만,

있는 그대로를 낚시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하루였다.

 

집에 와선 웬일인지 불쑥 생각이 나서

딸아이에게 좋아하는 닭날개 양념바베큐와 군고구마 맛탕을 해줬고,

녀석은 접시 바닥을 핱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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