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흙 묻은 신발


 

일요일날 샛강엘 잠시 갔다가 월요일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을 옮긴 후, 요즘은 정장을 잘 안 입기 때문에 그 전날 신은 워커형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동료가 보더니 한 소리 한다.

"어, 신발이 왜 그래요?"

그러고 보니 질척한 샛강의 진흙이 앞코에 잔뜩 묻어 허옇게 말라 붙어 있었다.

"응, 주말에 김 매러 갔다가...-_-;"

흰소리로 대강 둘러 댔다.

 

캐주얼에 신는 신이 별로 없다 보니 낚시 갔다가 지저분해진 신을 그대로 신고 출근하는 일이 가끔 있다.

검정색 바지에 허옇게 진흙이 말라 붙은 신발이라니 꽤나 어색하기는 하다.

월요일날 이 차림새로 돌아 다닌다면 영락없이 지난 휴일엔 야외를 돌아 다녔다는 티다.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나, 정작 나는 그리 민망하진 않다.

 

일 중에 가끔씩 눈에 띄는 흙 묻은 신발은 어제의 낚시를 되새기게 해주고,

어제 만난 고기를 되새기게 해주고, 어제의 물과 뭍을 되새기게 해준다.

신발과 사무실 바닥 사이의 어색한 진흙이 무슨 절연체 마냥

나와 세상을 단절하여 잠깐 동안의 딴 세상을 만든다.

눈을 감고 머리 속을 들여 다 보는 느낌이면 최고이겠으나,

단지 왼쪽 위로 두 눈을 올려 떠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실수로 바늘에 찔려서 여전히 아픈 엄지 손가락, 미끄러져 넘어진 손바닥의 생채기

오랜 만의 캐스팅에 뻐근한 손목, 햇볕에 그을려 생긴 시계 자욱,

옷에 묻어온 풀씨 하나...

사소한 낚시의 흔적들은 짧은 낚시의 물리적 시간을 연장시키며,

일상을 좀 더 여유 있게 만든다.

그 공기를 다시 마시고, 그 물을 다시 적시며,

그 생명을 다시 느끼는...

 

이러한 흔적들 덕분에 낚시에 빠져 있는 낚시꾼에게는 유체이탈이나 백일몽 정도는 일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은 낚시가 그리운 낚시꾼 일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화요일 쯤에야 신발의 진흙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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