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길을 헤매다.


 

낚시꾼이 절대 가져서는 안되는 병명 중에 하나가

길눈이 어둡다든가 또는 방향치라고 부르는 증상이다.

처음 찾아가는 낚시길이다 보면 길 헤매는 일이야 보통이지만,

늘 다니던 길을 못 찾게 되는 날이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얼마 전의 일이다.

플라이 낚시를 배워 보고 싶어하는 직장 선배님을 모시고(아니, 선배차에 얻어 탔으니, '모심을 당하고')

대청댐을 들린 적이 있다. 오전낚시를 적당히 하고,

금강권 일대를 돌아보기로 하였는데

이게 웬일인지 마을 입구까지는 제대로 왔는데,

달려보면 막다른 길이거나 엉뚱한 풍경이다. 

 

마침, 낚시터 지명도 생각이 안나고, 아는 분들께 전화 드리기도 좀 그렇고 해서

선배님를 달래서 이 길로 가쟀다가 다시 돌아가서 저 길로 가보쟀다가

무작정 길을 찾아 보는데 선배님이 운전하시는 차 속에 나는 마음만 탔다.

"아, 여기도 아닌가 보네요. 아까 그 다리 앞 갈림길로 일단 돌아가죠...-_-;"

결국 찾던 곳은 가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되어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쩝...

 

집에 돌아와서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니 마을입구에서 처음 들어서는 두 갈래길에서 잘못 들어선 탓에

그 이후로는 계속 길이 엉켰던 거였다.  

맨날 남의 차만 얻어 타고 다닌 통에 사소한 차이이지만 그 길을 몰랐던 것이다.

벌써 네댓번은 다녀온 곳인데도 말이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 온 낚시길은 나를 함께 끼워준 고마운 분들의 것이었던 거였다.

혼자서라도 충분히 찾아 갈 수 있으리라 여겼던 그 무엇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인생에 있어서도 당연히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 얻었던 것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이

똑같은 숨은 길을 말없이 담고 있겠지.

지금의 생활, 지금의 위치, 지금의 직장, 지금의 나이까지도...

 

갚을 일은 둘째치고 감사하는 법부터 배워야 겠다.

그리고 나 역시 남의 길 한조각 쯤은 품어 주고 있겠지라고 착각해보며,

약하디 약하고 느리디 느린 사람의 사는 길은

조금씩 서로의 살을 토해 누군가에게 먹여 주는 일임을 느낀다.

이것도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의 또 다른 해석일 듯...

 

이 기회를 빌어서 어떤 분들이신지는 스스로 아실

모 클럽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전합니다....

(그러고 보니, 두 개 클럽쯤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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