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스트리머를 쓰면서


 

스트리머란 보통은 작은 물고기 모양을 흉내낸 플라이 훅이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는 큰 고기들이 그 대상어이고,,

 

얼마 전의 낚시에서 일이다.

낯선 곳이라 대상어 종류를 모르고, 가끔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스를 노릴 생각에 10번 혹은 8번 스트리머 훅을 티펫 끝에 달았다.

 

웬걸 기대했던 녀석은 나오질 않고 살치들이 바늘을 건드린다.

살치들은 대략 25cm 내외의 크기인데 입이 좀 작은 편이라

4~5cm 정도의 크기에 바늘 폭만 1cm를 넘는 스트리머를 물기엔 쉽지 않지만,

치어를 먹는 육식성 때문에 스트리머에 걸려 나온다.

 

옆에서 덮치다 보니 칼로 벤 듯 아랫 턱이 가로로 찢겨서 나오는 녀석도 있다.

고기를 쥔 손에 선홍색 핏물이 번져 나온다.

 

이런 된장 고추장 간장 막장,,,

사정없이 욕이 튀어 나온다.

터무니 없는 녀석들의 본능에, 그리고 굳이 스트리머를 꺼내 쓴 내게 화가 났다.

다시 한 마리의 턱을 더 찢고서야 스트리머를 잘라 내버렸다.

 

스트리머는 처음 플라이 낚시를 배우면서 써왔던 종류라서

그나마 만만하기도 하고, 약간은 자신 있는 종목이라 자주 꺼내 드는 바늘이지만,

그날처럼 민망하기는 처음이었다.

 

한 때는 작은 훅만 고집해서 썼던 적이 있었다.

작은 바늘에는 작은 고기가 물고 큰 바늘에는 큰 고기가 무는 것을 알지만,

큰 고기든 작은 고기든 작은 바늘이 좀 덜 아플 것 같아서 였다.

요즘은 배스를 상대하다 보니 작은 바늘로는 어려움이 많아서 큰 바늘을 쓰다 보니

그걸 잊고 지냈었다.

 

집에서도 바늘을 매려고 보면 대부분 12번 이상의 큰 바늘들이지,

18~14번 정도의 빈 바늘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잊은 지 꽤 오래 되었나 보다....

 

사실 바늘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큰 바늘이나 작은 바늘이나 꿰뚫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고 마음의 욕심 크기가 바늘을 나타내는 거라 보기도 어렵다.

단지 낚시꾼의 선택의 문제이다. 

큰 바늘을 써야 하는지 작은 바늘로도 충분한지,

판단해내는 낚시꾼에 달려있다.

 

그리고, 바로 그 선택이 바로 낚시꾼의 그릇을 나타내 줄 것이다.

자연의 흐름에 가장 그스르지 않게, 얇고 뾰족한 인간의 잔머리와 욕심을 던져 넣을 수 있는 가 하는....

 

오늘 낚시만 보자면 내 그릇은 여전히 적다.

아예 귀탱이가 깨어져 뭔가를 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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