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미국여행을 가시게 되어 주중에 월차를 내고 김포공항을 왔다갔다 했다.

그 와중에 잠시 틈을 내어 공항주변에 있는,

전부터 한번 들려 보마 하고 벼르던 한강의 방화대교 공사장을 찾았다.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한강의 포인트로 떠오는 곳이다. 특히 겨울에 빛난다고들 한다.

초행길이라 유턴을 몇 번 해가며 찾아간 곳은 날씨는 따닷했지만 비가 부슬부슬 온다.

정초에 부러진 것을 수리해둔 아끼는 플라이 낚시대 한 대만 달랑 가지고 갔다.

들판을 걸어서 도착한 하수처리장의 물이 내려오는 포인트에는

예상 외로 물살이 세고 수심도 깊어 보였다.

수로 중간에 선박같은 구조물이 있어서 물살은 양쪽으로 나눠지면서 꽤 복잡해 보인다.

희게 부서지는 거품과 적당한 수온은 한겨울에도 고기를 모여들게 할 것 같다.

다양한 속도의 조류와 벙벙한 흐름이 뒤섞여 있고, 또한 적당한 수심, ....

물색만 상관없다면 나라도 여기서 겨울을 나고 싶겠다.

수로 중에는 물색처럼 검고 누런 잉어가 가끔 뛰어 올랐고,

양쪽의 물살이 합해져서 와류가 생기는 뒷편에는 강준치로 보이는 꼬마녀석들이

라이즈(먹이를 먹거나 운동을 위해서 물 밖으로 있다는 티를 내는 것)를 해대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다양한 채비로 바꿔 가며 뒤져 보지만 입질 한번 없다.

처음 와보는 낯선 곳이긴 하지만

고기가 보이는 데도 입질 한번 못 받는 다는 건

늘 그렇듯이 낚시꾼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처음엔 마커에 제일 만만한 겨울용 훅인 샹주앙 웜훅(지렁이처럼 생긴 플라이 바늘)을 달고

급류 속을 흘려 보았다.

스플릿 샷(쪼그만 봉돌; 납추)를 달아 수심을 바꿔가며 탐색을 해봤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었다.

좋아하는 비드라바 훅(눈꼽만한 구슬로 애벌레처럼 만든 플라이 바늘)과

몇가지 님프 훅을 써봐도 장소를 옮겨가며 다른 물살에 띄워 봐도 도통 소식 "무" 였다.

물살이 센 탓에 웬만큼 봉돌을 달아도 바닥 근처까지 가기 힘들 것 같아서,

릴을 바꿔 싱킹라인(대부분의 플라이 라인을 물위로 뜨지만 가라앉게 만든 플라이 낚시줄)으로

스트리머(작은 물고기 모양을 본 따 만든 플라이 바늘)를 써 보아도

플로팅라인(물위로 뜨는 보통 플라이 낚시줄)으로 포퍼(물위에서 퍽퍽거리게 만든 플라이 바늘)를

써 보아도 여전했다.

저 멀리 꼬마 강준치들이 라이즈 하는 곳은 어림잡아도 30M가 넘는다.

슈팅헤드 라인(특별히 멀리 라인을 날리기 위해 만든 특수 플라이 낚시줄)으로 바꿔

캐스팅을 해댓지만,

평소엔 잘 되던 슈팅헤드 라인 캐스팅이 맘만 앞서 흐느적 거리고 만다.

간혹 던져진다 하더라도 포인트는 쎈 물살의 건너편인 탓에,

근처에 닿자마자 플라이 라인은 여지없이 흘러 버리고 만다.

갑자기 나는 맘을 가다듬고 오늘은 딱 고기 한 마리만 보자고 맘 먹었다.

딱 한 마리만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

걸게 되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나도 그 순간순간을 섬세하게 즐기리라고 맘 먹었다.

그리고 미련없이 돌아 가리라고....

훅도 부지런히 갈아 끼웠고, 티펫(가느다란 목줄)도 가라앉는 속도를 바꾸기 위해,

혹은 조금만 엉켜도 만일을 대비해서 부지런히 갈았다.

훅이 포인트에 닿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고,

어머님이 공항에 도착하시기 전까지의 남은 2시간의 여유 동안에

최선을 다해 캐스팅을 반복했다.

자주 나가지 못하는 겨울 시즌인 탓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 뒀던 낚시 에너지(낚시에 대한 욕망과 열정을 난 이렇게 부른다)를

쏟아 부었다.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질 한번 없었다."

쌓아 둔 게 많은 탓인지, 늘 꽝의 각오가 되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별로 힘 빠지진 않았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잠시 맘 먹었던,

한 마리에 대한 내 생각을 곰곰히 해 보았다.

오늘은 내가 잡지 못했고 어떤 날은 수없이 잡을 수 있었던 고기 한 마리....

잠시나마 난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마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올 한해도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한 마리만 잡고도 만족하여 낚시대를 접을 수 있었으면.....

마릿수는 물론이고, 크기에도 종류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도저도 아니면 한 마리만 보고 그 다음부터는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라도 지냈으면.....

물론 그 한 마리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또 집중하겠지?

내 삶도 그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