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낚시 비자


 

이번 추석엔 좀 특이하게 보내게 되었다.

몇 가지 사연이 좀 겹치면서 TV에서나 보았던 명절 연휴에 온 식구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그런 장면을

우리 가족들이 연출하게 될 줄은 나 역시 전혀 몰랐다...

 

뭐 이러 저러해서 저러 이러하다 보니 부모님, 누나, 조카, 동생, 집사람과 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총 8명이 추석연휴를 맞춰서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동생이랑 함께 해외 여행하는 것도 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도 몇 년 전 아버님의 회갑 기념 여행 이후로

꽤 오랜만이다.  게다가 누나까지 포함해서 온 식구가 해외로 가는 여행은 정말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마침 늘 바쁜 척 하는 동생도 어쩔 수 없이(-_-) 일정을 맞출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일단 돈 깨지는 소리가 요란히 들리기는 하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봐서는 가족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평생 그런 즐거움을 한번이라도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인 것이다. 

한번의 추억으로도 평생을 느긋이 즐길 수 있으며, 먼 훗날 몹시 가슴 아프며, 일생의 한이 될, 안타까운 일 하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출발을 앞두자니, 흔히 쓰는 말 그대로 일본은 가까운 곳이면서도 좀 멀어 보인다. 

대식구를 이끌고 잘 다녀올 수 있겠지....?

개인적으로 일본어랑은 별로 친하게 지내기 싫어서 완전 깡통이다. 일단 동생의 생존 일어 능력을 믿고 있는데,

우찌될지는 모르겠다. 녀석에게 배운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은....

"아나따와 벤또데스"  ,  譯註 "너는 내 밥이다"    이 정도랄까?

 

직장 다니면서 출장이 잦았던 집사람은 아직 일본비자 기간이 남아서 별 문제 없었지만,

급하게 일정을 정하면서 나를 비롯한 나머지 식구들은 증명사진을 새로 찍는 등, 부랴부랴 일본비자 받을 준비를 했다.

이번주 토요일 출발인데, 나 역시 어제서야 겨우 여권에 딸아이와 나의 비자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해외 여행이 절대 잦은 것은 아니지만 몇 번 나갔던 곳은 대부분 무비자 국가여서 여권에 붙어 있는 비자가

그것도 영어와 한문으로 써 있는 비자가 제법 낯설다.

 

5년 동안 90일의 Temporary Visitor 비자라....

낯선 나의 땅에 1년에 18일을 다녀 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겠다는 얘기다.

혹시 낚시 비자라는 건 없을까?

가까운 곳은 생략하고 강원도를 1년에 18일 정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비자가 주는 즐거움은 꼭 방문을 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평소에는 철문을 걸어 잠그며, 번뜩이는 총칼을 가진 국경선의 위병으로  낯선 이의 출입을 엄격히 막고 있지만,

비자를 가진 자는 유효기간 이내라면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Welcome to my land, Have a nice trip!" 과 함께 온화히 웃으며 맞아준다는 점이다.

단지 얇은 종이짝 한 장으로 굳건한 철문을 열고, 이방인이란 이름으로 지극히 낯선 곳에서의 온전한 자유를 보장 받는 것이다.

그저 원하기만 하면 말이다.

 

비자를 갖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탈출과 일탈의 보장을 마음 속 깊이 품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여유는 마음의 자유를 가득히 채워준다.

인간의 영원한 모습인 방랑객, 유목민의 혼을 가슴 한 쪽 구석에 꺼지지 않는 불씨로 살려 둘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떠나지 않아도 말이다.

 

낚시 역시 그런 비자가 있어서 지갑 주머니 안쪽에 넣어 둔다면

그까짓 머리 아픔이야, 그까짓 고단함이야, 그까짓 삶이야  라고 시원히 내뱉을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 비자의 발행국은 낚시꾼의 아내가 되지 않을 까 싶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낚시꾼의 아내가 계시다면 

유효기간 1년짜리 10일 낚시 자유이용권이라든지, Free-pass Visa 라도 조그맣게 만들어서

남편에게 선물 해주시기를,

남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며, 놀랍게도 생기가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된 남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했거나, 까먹는 불상사가 있다면,

위의 선물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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