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취향의 의미


 

얼마 전, 몰출 때의 일이다.

운전해 돌아올 일을 염려해 주섬주섬 접고 물을 나왔다.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올려 다 보니

어둑어둑해지면서 사물과 풍경은 실루엣만 뚜렸해지고

푸른 빛이 가득 찬 코발트색 하늘이 있었다. 

 

바로 내가 하루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때이다.

가끔씩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은 볼 수 없지만,

좋은 계절이면 거의 매일 내가 좋아하는 때를 즐길 수 있다.

 

누군가에게 하루 중에 어느 때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쉽게 답할 사람이 많을까?

어떤 색깔이 가장 좋고, 어떤 음식이 가장 좋고, 어떤 향이나, 어떤 무늬,

어떤 로드 액션, 어떤 플라이 훅, 어떤 물고기가 가장 좋은지 수많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나도 가끔 그렇지만, 누군가 취향을 물어 왔을 때,

쉽게 대답하지 못하거나 모든 게 다 좋다거나 아무거나 좋다거나 하는 식의 대답은

평범하거나 다분히 융통성 있는 둥글둥글한 좋은 성격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가만 살펴보면 몰취향이라는 건 그 대상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감성이 둔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것만큼 처량한 것이 없다.

눈을 가린 채 유리조각 위를 걷고,

두 손과 발을 묶은 채 거친 밤바다를 헤엄치며,

양 어깨에 가족과 자존심을 한 가득 둘러 맨 채 밧줄 위로 외발자전거를 밟아 나가는 현대인에게

찰나의 순간이나마 자신을 기쁘게 할 무언가 의미있는 것 조차 없다는 것은

삶의 숨구멍 조차 막아버리는 슬픈 일이다.

게다가 그 슬픔 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란,,,

 

취향이 뚜렸한 사람들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한 쪽 구석이 반짝이는 것 같다.

취향의 대상을 가진 그들은 기쁘고 슬프며 안타까우며 후련함을 가진다.

단지 숨을 쉴 뿐만 아니라 우주를 호흡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굳이 소유함으로써 괴로워하기 쉬운 것보다는

자연이 편안할 듯 하다.

 

그래서 낚았다 놓아주는 낚시가 내게 더 의미 있는 것 같고,,

 

내 취향은 어떤지 찬찬히 살펴 본다.

집은, 일은, 낚시는, 여자는, 친구는, 식사는, 화장실은, TV는, 영화는, 오디오는, 시계는, 펜은, 차는, 길은, 옷은, 신은, 선물은,

 

그보다 뭔가 좀 더 세밀한 것들이 더 재밌을 것 같다.

물론 그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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