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화로를 구하다


 

지난번 식구들과 일본여행을 하면서 밉지만 부러운 섬나라 원주민들의 식사 양식을 접해 본 후,

(그렇다 원래 먹는 거에 관심이 많다...-_-)

식사에 대해서 좀 개념을 바꿔 보기로 했다. 

예전에 운동할 때 습관이 붙어서 칼로리 계산해가며, 영양소 챙겨가며 먹던 버릇이 여전한데,

최근엔 위장 기능이 많이 나빠져서 식사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접하면서

(그렇다 어렸을 때, 술을 너무 많이 먹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

앞으로는 소량이나마 맛있는 식사를 즐겨 보기로 했다.

 

일본에서 보았던 개인 화로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집에서 쓰는 숯화로를 구하기로 했다.

손에 가까운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만, 야외용 양철 화로 같은 것은 있지만, 질화로 같은 적당히 투박하면서

밥상 위에 얹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크기의 화로를 찾자니 쉽지 않았다.

날 잡고, 남대문 시장을 다 뒤져서 수입해오는 숯화로를 찾아 내었다.

수입품이다 보니 가격도 상당한데다가 맘에 제대로 드는 녀석이 없어서 한참을 더 뒤진 후,

적당한 녀석을 데려 왔다. 직경30cm 정도의 토분과 자기로 된 이중구조의 숯화로다.

숯도 나름대로 엄선한다고 대나무 숯을 구했다. 대나무 숯은 화력은 좀 약한 듯 하지만, 

잡내를 가시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맞는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또 다시 날 잡고, 질 좋은 목살을 구해서 숯불을 피웠다.

이글 이글 붉게 타는 숯불을 얹고 적당히 달궈진 철망에 소금, 후추 한 톨 치지 않은 무양념의 생고기를 얹었다.

숯불구이는 팬에 얹어서 열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열에 의해 은근히 굽는 방식이라 

부채를 부쳐가며 차근히 타지 않게 구워야 하며, 육즙이 빠져 나가지 않게 자주 뒤집지 않고,

한 면을 완전히 구운 뒤 뒤집어야 한다. 

제법 시간을 들인 끝에 제대로 된 고기 몇 점을 구워서 아이도 먹을 만큼 적당히 잘라 놓고

그냥 막소금만으로 찍어서 맛을 보았다.

명불허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촉촉하면서도 잘 구운 빵을 씹는 듯한 자근거림이 입 속에서 전해 온다. 충분히 넉넉하게 퍼지는 진한 고기향,,

열을 고스란히 속으로 채워 담았는지, 겉은 뜨겁지 않으나 속은 혀를 델 정도로 뜨거웠으며

표면을 살짝 말리면서 육즙을 속에 가둬 두고 있었다.

몇 점 올라가지 않는 자그마한 화로에 띄엄 띄엄 한 점씩을 구워내니

먹는 사람이 감질나는 통에 맛을 더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동안 헛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연기는 제법 싸 하니 나고, 부채질은 쉽지 않았으며, 행여 태울까 노심초사  맘 조리며 구워 내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지 조금의 정성과 여유만으로도 세상이 바뀌게 됨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절차와 과정의 대단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매사에 조금의 정성을 더하고, 조금의 느긋함을 얹음으로써,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겪을 것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놀라운 결과가 나오며, 

그것으로 인생이 변하며,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돌 한 점, 나무 한 그루,  긴 세월의 풍삭우침(風削雨浸)을 겪지 않고서야 지금의 모습이 나왔을까를 짐작해 보면

내가 걸어 가는 낚시의 길이 아직은 짧은 듯 고개 숙여 보며,

앞으로는 긴 듯 흐뭇해 본다.

 

왠만큼 걸어 간 후에는 잘 싸둔 화로를 꺼내

숯불을 다시 피우고  손수 낚아온 물고기 한 마리를 얹을 수 있을 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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