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낚시와 생활


 

제목을 써 놓고 보니 모 방송국의 날씨와 생활이라는 TV 프로그램 생각이 난다.

생활이라는 의미가 먹고 산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면,

어쩐지 낚시와는 친하지 않은 듯 보인다.

설명해 보자. 보통 두 종류의 골수 낚시꾼이 있는 듯 한데,

하나는 낚시 때문에 생활이 제대로 안 된다는 류,

또 하나는 낚시를 못 가서 생활이 제대로 안 된다는 류......

 

언제부터인가 낚시를 하면서 느낀 점을 생활로 이어 보게 되었다.

원래는 "낚시는 낚시일 뿐, 있는 그대로 두자"라고 생각했었다.

어설프게 낚시를 밟고 올라서려 하다가 오히려 내가 낚시에 삼켜져

소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으니까.....

그러나 가끔씩 그것이 생활과 부딪힐 때, 혹은 생활을 피해 도망가 듯 낚시를 가게되면

어느덧 낚시하는 마음으로 생활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고,

문득 생활의 답을 나 스스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많은 낚시꾼들이 공감하리라.

좀 전의 일이다. 뭔가를 당연히 얻게 되리라고 알고 있던 걸,

갑작스런 변경으로 놓치게 되었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외부의 변화로 당하는 일에 개인은 답답할 뿐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출조에서 "고기 한 마리"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그걸 글로 쓰면서 자연스럽게 생활과 연결되었다.

최선을 다한 고기 한 마리로 만족할 수 있다면

나도 이미 생활에서 고기 한 마리 쯤은 얻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제 나머지 고기를 놓치더라도 그리 답답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마음을 먹고 보니 주위에 이미 내가 얻은 고기는 수 억(?)이 되었다.

생활을 낚시로 보니 난 굵직 굵직한 대물 낚시꾼에 엄청난 마릿 수의 어부 수준 이였다.

비록 이런 느낌은 언제나 잠시이고

다시 또 현실의 욕심에서 헤매는 불쌍한 중생(?)이 될지 모르지만,

난 늘 마음 한구석에 해탈/득도의 길을 열어 놓고 있는 셈이다.

그건 바로 낚시라는 녀석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라" 는 말이 있다.

백척이나 되는 높은 낭떠러지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 딛으라니 죽으란 말 아닌가?

위기상황에서도 더욱 노력하라는 얘기이겠지만,

나는 천길만길의 낭떠러지에서 생명줄을 부여잡고 간신히 매달려 버티는 것과 같은

이 세상에서 가끔은 그 두 손을 팟!~ 하고 놓아 버릴 수 있는 여유와

"脫 日常"의 마음으로 해석한다.

 

나의 작은 두 손안에 꽉 쥐고 있는

모든 것을 미련없이 놓아 버릴 수 있는 것......

그것도 바로 낚시란 녀석 때문에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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