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양태 이야기


 

바다 고기 중에

부산에서는 꼬시래기 혹은 낭태라 부르고 또 다른 남쪽에서는 장대라 부르는

양태라는 이름의 잡고기가 있다.

아니 남들이 잡고기라 부르는 고기가 있다.

 

생김새 자체가 머리만 크고 납작하며, 몸통은 길쭉하니 별로 정이 안가게 생겼는데다가,

칙칙하고 탁한 색깔에 전체적으로 별 특징이 없다.

게다가 우럭이니, 감성돔이니 하는 이름있는 고기들을 대상으로 낚시하는 중에

이 양태라는 녀석이 가끔씩 낯선 고기로 물고 올라오니 낚시꾼들에게 천대 받기 십상이다.

낚여 나오는 모습도 별 힘 쓰는 일도 없어 대충 구불텅 구불텅 하다가, 떨어져 나갔나 싶다 보면 어느새 발 앞에 끌려 와 있다.

회로 먹기엔 좀 낯설고, 매운탕으로 끓여 놓으면 살이 물러 모두 부서지는 게

상에 올려 놓기에도 별로 보기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잡고기로 분류되어 낚시꾼에게는 귀찮은 고기로 취급 받았었다.

 

나 역시 어릴 때, 바다낚시 가서 낚여 오는 이 녀석은 모조리 물에다 첨벙첨벙 던져 넣었다.

잘 먹지도 않았지만, 도저히 반갑지 않은 외모였다.

 

그러던 중, 얼마 전, 강남 쪽에 갔다가 점심시간 때 들린, 한 일식집에서

점심세트메뉴로 나온 매운탕을 먹었는데, 바로 이 양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강남에서 이런 잡어를 끓어 손님에게 내다니,,,  라고 잠깐 헛생각하였다.

제대로 된 요리사가 제대로 끓여내었기 때문이겠지만,

살이 약간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훌륭하였고, 국물 맛 역시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때 것은 매운탕이었지만, 누군가의 말로는 양태지리(맑게 끓인 탕)가 복어지리보다 낫다고 한다.

웰빙이라는 키워드가 세상을 간지럽히는지, 양식이 흔한 바닷고기 중에서 양식이 아닌 잡어(?)인데다가,

맑고 담백한 맛이 사람들을 다시 끌어 내나 보다.

부산에서도, 최근에는 아버님께서도 양태 회를 즐기신다고 하니 생각을 좀 바꿔 볼까 하던 차였다.

 

그리고,,

어제 갔던 올해 마지막 바다 낚시에 이상하게 집사람의 낚시에 양태가 자주 걸려 왔다.

아마도 추운 곳으로 월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으러 다니나 보다.

기존의 선입관으로 약간은 내키지 않았지만, 크기도 그리 작지 않은 녀석들이라

자신의 손으로 낚은 고기를 아끼는 아내도 있고 해서

우럭이니 노래미니 하는 녀석들 틈에 주섬주섬 바늘을 빼서 담았다.

 

집에 와서도 우럭과 노래미를 회 뜨면서도 고민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매운탕은 늘 남기 때문에 하지 않을 작정이고, 우럭하고 노래미 회로도

세 식구가 먹기엔 적지 않은데 이 녀석을 가져 오긴 했지만 어쩐다??'

식탁 위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좀 낯선 겉모습이라 일단 머리를 떼내고 내장과 지느러미를 다듬어서

굽기로 했다.

 

맛이 옅음을 알고 있기에 팬에 버터와 옥수수 기름을 반쯤 섞어 데운 후, 양태를 얹었다.

둥근 몸을 뒤적여 가며 고루 굽고, 소금과 생강가루를 기름 달궈진 팬 표면에 살짝 흩뿌린 후,

팬을 앞 뒤로 흔들어 양태를 굴려 소금간과 약간의 생강 향을 입혔다.

 

회를 먹기 전에 전체로 몇 마리의 양태를 상위에 얹어 줬더니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딸아이가 맛보고는,

살이 입에서 녹는다느니 깔끔하면서도 구수하다느니 온갖 칭찬이 흐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다음엔 양태만 잡자는 둥 양태 예찬론자가 되었다.

식구들이 좋아하면 가족 낚시꾼을 지향하는 나로서야, 한방에 기존의 선입관을 내던지고

함께 양태 예찬론자로 변해 이 낚시 이야기를 쓴다.

 

겉모습만 가지고는 그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알게 해주는 양태였다.

하지만 온 낚시꾼이 양태를 즐기기 시작하면, 솔직히 양태로서는 몹시 반갑지 않고,

그저 잡어로 살아가던 때가 그리울 것 같다.

요즘 세상엔 남이 진가를 알아주면 오히려 괴롭기도 쉽다. 남이 알아주던 선비들이 그래서 많이도 죽었던가?

 

莊子는 산에 있는 못쓰는 굽은 나무가 천수를 누린다고 했지만,

그 말도 이젠 옛말이다

 

그래도 다음엔 식구들을 위해서 지리를 꼭 끓여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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