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딸아이의 손


 

엄마를 빼닮은 자존심과 독립심, 그리고 창의력 같은 가끔씩 드러나는 것들을 제외하고,

내가 딸아이에게서 무척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손이다.

 

6살 아이라도 키도 또래보다는 좀 커서, 제법 아이같고 ; 본인 말로는 언제나 "학생!!"

어쩌다 전화하면 전화비 많이 나온다며 그만 끊자는 둥, 싫은 소리라도 하면 잔소리는 그만 좀 하라는 둥

사춘기 청소년같은 말로 가끔 섭섭하게 하지만,

녀석의 손만은 아직도 갓난아기 때 쥐어 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이다.

 

조그맣고 올 곧게 자란 손가락, 보드랍고 분홍색의 얇은 손바닥,

적당한 살집에 통통하여 손아귀에 쥐어 보면 이쁘고 즐겁기가 그지 없다.

게다가 이 손은 태어나서 아무런 잘못한 일 없는 천사의 손 그대로 아닌가?

전해오는 그 느낌 때문에 손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해진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랑 함께 있을 때면 나는 줄곧 녀석의 한 손을 쥐고 있을 때가 많다.

하도 붙잡고 있어서 귀찮아 할 때도 있지만, 녀석은 그럭저럭 받아 주는 편이다.

자라면서 언제부터 쯤, 남들 앞에선 못 잡게 할지 겁도 좀 나지만,

나 또한 그럭저럭 딸아이의 손을 이쁘게 즐기고 있다.

 

반면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나의 손은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다.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라, 그럭저럭 부드럽고 마디가 굵은 편도 아니지만,

이것저것 운동을 했던 흔적으로 손바닥과 등에 굳은 살과 여기저기 조금씩 흉터들도 찾아 보면 꽤 많다.

그리고 겉모습 뿐만 아니라 그 속은 더욱 이쁘지 않다.

겉보기 멀쩡한 손으로 사고치고, 남 못되게 굴고, 나쁜 짓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했던가?

게다가 낚시하느라 다니며 고기 괴롭히고, 때때로 죽이기도 하였으니,

이 손에 서린 원한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손을 천사의 손에 대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사악한 기운이 옮겨 갈까 겁난다.

물론 녀석의 손도 자라면서 나처럼 점점 검어 질 테지만,

나로 인해서 검어지는 일은 조금이나마 적도록 해야 겠다.

 

오늘도 천사의 손을 가만히 잡고 있자면 맑은 다짐을 조금씩 더하게 되고,

특히 생명을 집적대는 낚시꾼으로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를 빌어 본다.

 

미국의 某 어린이 용품 대기업에서는 직장인으로서의 스스로 판단하는 옳은 기준을

가정에서 식구들 앞에서 자신이 한 일들을 이야기했을 때, 부끄럽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는 낚시 다녀 온 이야기를 딸아이의 손을 잡고

찬찬히 이야기하는 버릇을 가져 보면 어떨까?

 

물론 꽤나 부담 되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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