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어떤 영화를 기다리며


 

나는 지금 내년 1월15일까지 숟가락 쥐고 버텨야 할 이유가 한 가지 생겼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주성치의 신작영화 "쿵푸허슬" 이 바로 그날 개봉하기 때문이다.

 

지난 최근작 "소림축구"가 물량적인 측면이 점점 가미되면서 미국식 영화 제작 tool을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주성치 영화라는 일종의 도그마는 깨어지지 않았음으로 구(久)팬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쿵푸허슬"은 미국자본이 전액 투자되고, 주성치만의 군더더기가 더욱 추려진,

어떻게 보면 담백할까봐 내심 불안한 영화이기 하지만

狂팬으로서는 일단 그의 새영화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뿐이다.

 

주성치 영화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는 아니, 주성치 영화팬들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선

무슨 얘긴지 접수가 안될 뿐 아니라 황당하기 그지 없겠지만,

무언가에 빠진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예전 그러했던 기억을 되살려 그러려니 하자.

안되면 말고,,

 

주성치 영화는 솔직히 유치하다. 더 이상 유치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구르며, 오물을 뒤집어 쓴다.

세상에서의 그런 유치함을 최고의 진지함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은 그를 좋아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주성치 밖에 없고 그러한 그의 영화작업이 주성치 영화라는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 유치함은 사회의 밑바닥 인생들이 풀어내는 생활의 진지함과, 최상 계층의 숨어 있는 구조의 패러독스를 뒤틀어

서로 엮어 내면서 일종의 극한의 Burning 효과를 이끌어 낸다.

 

그 불길은 특이하게 한꺼번에 타오르는 화염이 아니라 은근히 끓어 오르는 숯불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설 무렵에야 "쿠국 쿠국"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식고 자다가 "푸하하하" 폭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몇 번을 보기 시작하면 웃음 뒤에는 싸한 쓰림이 남는다.

사실 그 유치함과 진지함, 뒤틀림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유일하게 찰리 채플린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21세기 찰리가 아닐까?

(問 : 채플린의 가장 아름답고 슬픈 영화는?   答 : "City Light")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주말이 아니더라도 저녁상을 물리면 영화 한 편을 DVDP 트레이에 얹는다.

대부분은 고전 영화 중심으로 혹은 취향 중심이긴 하지만,

내가 보는 영화 리스트를 살펴 보면, 명작이나 걸작, 대작으로 분류되는 장중한 주제나 극영화가

자주 끼는 편이지만, 대부분 한 번 보고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서너 댓 번씩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은 주성치와 채플린 류의 영화였다.

 

또 다른 시도 라든지, 숨겨진 시각, 주제의 무게 등의 이유로 걸작이나 명작영화 역시 분명히 의미가 있겠지만,

정작 일반적인 사람의 양식(養食)이 되는 영화는 지친 머리와 심장 그리고 어깨를 달래 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쥐고 있는 낚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창한 타이틀이나 철학이 담겨 있는 낚시 역시 의미가 있겠지만,

다시 보고 다시 한번 더 낚시대를 쥐어 보고 싶은 낚시는 어부가 아닌 낚시꾼의 지친 어깨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낚시일 것 같다.

 

그러자면 낚시 역시 어깨 힘을 빼고, 몸을 낮추며, 적당히 흙도 묻고, 비린내도 나야 하겠지.

무엇보다 낚시꾼의 보이는 땀과 숨어 있는 눈물, 그리고 고기의 붉은 피까지도

아는 낚시여야 할 게다.

 

물론 그러자면 낚시꾼이 잘 해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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