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    바보낚시대회


 

얼마 전, 연초에 바보낚시대회를 열어 보았다.

새해벽두부터 바쁜 낚시꾼들을 대상으로 낚시대회를 열었던 나부터가

바보낚시대회에 걸맞는 바보 주최측이었겠지.

 

일단, 참여자는 선수 1명과 그리고 주최측이었던 나, 이렇게 둘이서 오붓하게 마쳤다.

물론 1~3등 상품도 준비했었다....-_-;

 

바보낚시대회란

타이틀 그대로 바보낚시를 하는 것으로 가장 바보낚시꾼에게 상을 주는 대회다.

고기를 많이 혹은 큰 것을 잡는 낚시꾼이 1등을 하는 대부분의 낚시대회와는 반대로

고기를 잡지 않을 수록 1등이 되는 낚시대회다.

누가 적게 잡나가 최고의 목표이며, 안 잡는자는 당연히 1등이 된다.

물론 고생하는 고기들의 협조도 구해야 하겠지...

 

이런 바보같은 낚시대회를 해본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사회는 그리고 우리 낚시꾼은 경제불황, 위기극복, 무한경쟁 등의

단어가 익숙해져 버릴 정도로 너무 빡빡하게 살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에서 마저 효율과 Output 이라는 살벌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나 답답하며 가뜩이나 숨막히는 삶의 숨어있는 숨구멍 조차 틀어 막는 느낌이다.

우리는 삶의 어디에선가는 느슨하며, 적당히 게으름도 피며, 일상을 뒤집어 보며, 뒹굴거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말이야 거창했지만, 2명의 참가선수로 제대로 느끼기엔 무리였다....-_-;

아직 익숙하진 않겠지....

 

그런데 무조건 안 잡으면 1등이 되는데 경쟁이 될 턱이 없지 않나며,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낚시대회라고 생각을 했건만,

막상 대회를 시작해보니 이게 대회가 되는 것이었다.

물가의 낚시꾼이 고기(일부러) 안 잡기란 (일부러) 많이 잡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딴전을 피우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잘 무는 훅으로 쓰윽 갈아 끼고 하였다.

 

나야 주최측이 1등하면 안된다고 처음부터 잡는데 신경을 쓰긴 했지만,

쉬는 척, 화장실 가는 척, 일부러 안 잡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실수로 내가 잡으면 상대편이 나보다 한 마리 더 잡기를 간절히 고대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고,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상한 훅(예를 들면, "물지마라" 쓴 편지를 매단 바늘)을 써보기도 하는 등

엉뚱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었다.

물론 누가 먼저 한 마리를 잡게 되나 눈치보는 것은 여전하였다.

"그래 좋았어! 0:1"  내가 아닌 상대편이 잡으면 기분이 더 좋은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바보라 부르기 딱 좋은 모습이지만,

정작 낚시꾼은 엉뚱한 상황에서 오는 야릇한 즐거움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일상을 뒤집는데서 오는 작은 즐거움은

삶의 관점을 뒤집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자신을 바꾸는 기회도 되리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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