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    와인과 낚시


 

내가 하는 일은 가끔,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와 접할 기회가 있다.

작년 초부터 알게 된 인연으로 와인전문가 한 분과 몇 명 지인들이 모여서,

연초부터 신년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멋진 음식과 함께 각자 준비한 와인을 열고, 새해 인사와 함께 사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마침 그 날따라 레스토랑의 테이블 와인이 무척 특이한 향의 재밌는 와인이었다.

역시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그 전문가 분께서는

프랑스 유학과 함께 서울 시내에 3개의 와인바를 운영하시는 분이라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다양한 와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그 중에 머리 남는 이야기는 와인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제법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수입문화이다 보니까 소수의 상류 계층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그 시작이 흔한 보통 와인들이 아닌 중급 이상의 비교적 고급와인에서부터 였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와인을 생활처럼 여겨 물처럼 가까이 하여,

한 병에 천원, 이천원하는 와인을 식사 때 마다 편안히 즐기고,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와인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에 고급 와인을 찾는다고 한다.

그 분의 재밌는 말씀으로는 "프랑스에서는 거지도 와인을 마시고 취한다" 가 있었다.

 

즉, 흔히 졸부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의 일부 부유층에서는

상대적으로 폭이 넓은 낮고 편안한 와인을 모르는 체,

층과 무리를 나누는 구분이 아닌 생활로서의 와인 그 자체를 알지 못한 체,

듣기도 생소한 이름들의 고급 와인만 찾는 것이 지극히 촌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촌스러움이란 낮은 단계나 수준에 머물러 있음으로서 풍겨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모르고 좁은 한 부분만을 알고 그것이 전부인양 여기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었다.

 

우리가 배우는 와인 테스팅이니 마시는 법도 같은 것도 필요한 때와 필요한 장소가 있어서

일단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일 뿐이고,

평소에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롭게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손의 체온이 와인에 전달되지 않게 와인 잔의 기둥을 잡고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본 많은 외국인들도 편안한 자리에서는 물컵을 쥐듯이 편히 잡고 벌컥벌컥 마셨다.

심지어 텀블러 같은 물잔에 부어 맘껏 마시는 거였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이 오히려 더 당당해 보이는 게, 나로서는 조금 부러웠다.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이러한 이야기들은 내가 누누히 이야기 해오던

우리나라에서의 플라이 낚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편으로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일단 이젠 알게 되었으니 다행 아닌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