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    아버지의 낚시 가방


 

설 연휴 동안 시간을 쪼개서 아버지와 함께 바다낚시를 갔다.

자주 내려가지 못하는 부산 본가이지만,

낚시가 가족과의 끈을 잇는 무엇인 것처럼 우리 가족들은 모이면 낚시를 간다.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나와 집사람,,

 

마침 학꽁치가 가끔씩 들린다 하여 가까운 동해 쪽으로 올라가서

몇 군데의 방파제를 살피다가 한 갯바위에서 드디어 입질을 받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제일 먼저 챙겨주신 집사람의 학꽁치 채비에 은색의 첫 한 마리가 올라 왔다.

 

나와 동생도 부랴부랴 채비를 던져 넣기 시작했지만,

적당한 파도 탓에 어째 입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미끼는 따 먹는 것 같은데...

입질이 약한 통에 대충 급하게 맞춘 채비로는 낚시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학꽁치 채비로 제대로 다시 매어야 겠다.

 

명절 날, 부산 내려갈 때는 보통 낚시장비는 전혀 갖고 가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아버지의 낚시 장비를 써야 한다.

아버지의 낡은 바다낚시 가방을 뒤져가며 바늘이며 봉돌이며, 목줄을 찾았다.

짠물과 민물에 제법 삭은 온통 오래된 바늘과 봉돌, 찌, 도래, 그리고 낚시줄들이다.

쓰던 걸 다시 또 쓰고, 대충 맞춰 쓰고, 뜯어서 다시 짜 맞추고,,

50년이 넘는 조력과는 상관없이 호수별 바늘이나 봉돌하나 갖춰져 있지 않다.

오래된 낚시꾼인 당신께서는 늘 그렇게 낚시를 하시는 것이다.

 

바다로 나오기 전에 들린 낚시가게에서도 그날 새로 구입한 건 곤쟁이 한 덩이와

매어진 학꽁치 바늘 6개들이 한 봉지가 다였다.

 

무언가 모자라면 당장이라도 가게에 들려 좋은 것으로 사서 채워 넣던 서울의 내 낚시가방이 떠오르며,

알 수 없이 부끄럽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져가며 물려 있던 봉돌을 뜯어 내고 나 역시 낡은 채비로 주섬주섬 끼워 맞췄다.

고개를 돌려 보니 동생 또한 아버지의 낚시가방에 늘 익숙한 듯 각자의 채비를 꾸렸다.

 

아버지의 낡은 낚시 채비들은 우리 가족의 손에 들려

각자의 즐거운 낚시로 이어졌으며,

적당한 크기와 마리수의 학꽁치는 그날 저녁 상에 즐거운 낚시로 마칠 수 있었다.

 

서울 집에 돌아와 짐을 풀다 보니, 외투 주머니에

낡디 낡은 학꽁치용 작은 찌가 두어 개 들어 있다.

선택의 폭이 없는 봉돌 때문에 수심을 맞추느라 찌통에 들어 있던 작은 찌를 전부 꺼내 낚시를 했었다.

그나마 없는 아버지의 낚시살림을 털어 올 수는 없지, 다시 보내드려야 겠다.

 

그리고 이것저것 조금이나마 채비들을 구해다가 함께 보내드려야 겠다.

비어져 가는 아버지의 낚시가방을 채워드리고 싶다.

 

그것이 낚시를 가르쳐 주신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고,

사랑임을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럽지만,

그저 조금이나마 채워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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